[편집자 주]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과 노조 탄압의 상징적 존재로 이름을 알렸다. 무려 8명의 해직 언론인을 만들어냈고 170일간의 최장기 파업을 야기했다.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사천시장에 출마했다가 후보경선에서 떨어졌고, 지난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모에서도 탈락했다. 한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그가 노조가 아닌 MBC 회사에 소송을 걸며 다시 등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사장 인터뷰는 3차례에 걸쳐 싣는다. 


“그분(정명자씨)이랑 식사 한번 했다. 그분이 왜냐면 대한민국 최고의 무용가이고 연출도 하고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은 옆에 둬야 할 거 아니냐.”

김재철 전 MBC사장은 지난해 7월 법원으로부터 업무상 배임과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김 전 사장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다며 감형해준 것이다. 

김재철 전 MBC 사장(우)과 특수관계였던 정명자씨(중앙)와 정씨의 오빠이자 MBC 해외 지사장으로 특별 채용된 정아무개씨(좌). 사진=전국언론노조MBC본부 '파업채널M' 블로그
김 전 사장은 법원이 자신에게 MBC 사장으로 재직 시 저지른 비위 행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벌금 2000만 원 내고 털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MBC 사장이 그랬듯 나도 회사를 위해 경영적인 판단으로 법인카드를 쓴 건데, 1조8천억 원을 버는 회사에서 1130만 원 쓴 게 소명 안 됐다고 배임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대한민국 경영자 중에서 배임에 안 걸릴 사람이 누가 있겠나. (사적으로 법인카드 쓴) 백종문도 다 배임이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백종문 “폴리뷰 편집국장 만나 법인카드 긁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의 업무상 배임죄 등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의심받을 행동이 없도록 해야 하지만 김 전 사장은 오히려 공적 업무에 사용해야 할 법인카드를 휴일에 호텔에 투숙하거나 고가의 가방·귀금속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며 “반성 없이 업무와 관련한 사용이라며 부인하고 있어 엄격한 법적용이 필요하다”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비록 벌금형으로 감형하긴 했지만 원심에서 지적한 법적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MBC 경영진은 재판 과정에서도 회사에 손해를 입힌 김 전 사장의 선처를 바라는 내용을 담은 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된 금액 1130만 원을 MBC 측에 배상했다. 김 전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 해임 의결 후 퇴직금으로 받아가 돈은 3억여 원이다. (관련기사 : 김재철 전 MBC 사장,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

김 전 사장의 법인카드 배임 의혹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170일 파업 과정에서도 수차례 불거졌다. 노조는 특히 ‘특수 관계인’으로 지목된 무용가 정명자씨 집 근처 식당과 술집에서 김 사장이 162차례, 총 2500만 원어치를 결제(법인카드 사용 내역 근거 자료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씨의 지방 공연과 일본 공연에서도 김 사장의 법인카드 동선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사장은 여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그분이랑 식사 한번 했다”면서 “내가 그분 개인을 위해 공연을 준 것도 아니고 MBC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그분만 쓴 것도 아니다”며 “경남MBC에서도 창사 1주년 기념으로 뮤지컬 등을 했지만 회삿돈 한 푼도 안 주고 모든 회사 행사는 협찬을 받아서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법원에 소명하지 못한 1130만 원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선 “지방 MBC 사장할 땐 법인카드를 쓰면 누구랑 어디서 식사했고 얼마 썼다고 적어냈는데 본사 비서실에선 법인카드를 쓰면 사용내역이 뜬다고 일일이 기록할 필요 없다고 했다”며 “예전에 드라마 ‘선덕여왕’ 할 때 주인공이 이요원인데 미실이 고현정이 떴으니까 드라마국장이 이요원이랑 밥 한번 먹자고 해서 그냥 갈 수가 없어 비서보고 선물 사오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법인카드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왼쪽)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나오는 김재철 사장에게 거취를 묻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전 사장은 이 같은 법인카드 비위 사실도 “이념으로 노조와 MBC 경영진 싸움 때문에 불거진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나는 무능한 사장이었다는 얘기를 제일 듣기 싫었다. 김재철은 콘텐츠가 없는 무능한 사장이라고 우리 임원이 들으면 안 되니까 콘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노조에서 하는 얘기는 이념과 자기 소신에 대한 건데 그건 이념 문제니까 제일 마지막에 해결하자고 해서 파업이 길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170일 최장기 파업까지 가게 한 이유에 대해 그는 “난 절대 파업하기 싫었고 회사는 파업하면 절대 안 된다”며 “사람을 쓰고 하는 건 사장의 고유 권한인데 노조가 나의 인사 전문성을 인정 안 하고 인사권을 내놓으라고 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170일 파업 막바지에 당시 정영하 노조 위원장이 나랑 만나자고 해서 따로 만났는데 정 위원장이 보도국장과 보도제작국장, 편성국장, 시사교양국장, 라디오국장 5국장을 2배수로 노조에서 추천할 테니까 그중에서 한 사람만 선택하면 지금 바로 파업을 풀고 지금까지 사장에게 무례하고 인신공격한 것을 사과하겠다고 했다”며 “노조에서 2배수 추천해서 내 마음에 안 맞으면 어떡하란 말이냐 나보고. 그래서 못 받겠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노조 파업이 끝난 후 2012년 11월30일 MBC 창사 51주년 기념사와 퇴직 후 낸 자서전 등을 통해서도 똑같은 주장을 하며 ‘노조의 인사권 침해’, ‘노영방송’으로부터 MBC를 지켜냈다는 파업 정당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영하 전 위원장은 “파업 중에 김 전 사장을 총 세 번 만났는데 그런 류의 인사 청탁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고, 김 전 사장이 말하는 6월 두 차례 만남에선 노조가 정명자씨 문제를 취재해 사퇴를 촉구한 것밖에 없다”며 “그에겐 170일 파업할 때 사장으로서 뭐 했냐는 게 젤 아플 텐데 결국 노조 파업 이유는 자기 인사권을 뺏기 위해서였다고 계속 포장하는 것이고, 그게 면피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뷰 기사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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