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자가 야구에 관심이 있고 한화의 김태균 선수를 좋아한다고 해보자, 그동안 독자들은 이 소식을 찾기 위해 포털이나 SNS를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내 핸드폰에 ‘한화 김태균 선수가 오늘 홈런을 쳤다’는 속보가 뜨면? 사람들은 읽을 것이다. 사용자 개개인에 맞춰 제공하는 서비스 온디맨드(On-Demand),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조만간 뉴스유통구조도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봤다.

이미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 구글은 매일 아침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시간을 계산하고 날씨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뉴스는 직접 소비자들이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모바일 뉴스 플랫폼은 포털에 의존한 PC와는 달리 유통이 파편화됐다. 포털은 모바일에서 뉴스 노출량을 줄였다.

하지만 독자들의 뉴스 수요가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뉴스가 날씨나 교통정보처럼 직접 독자를 찾아가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페이스북에 의존하는 언론사 모바일 전략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파이낸셜뉴스는 그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기사 쓰는 로봇’을 도입한 것도 새로운 콘텐츠 유통전략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9일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을 만나 파이낸셜뉴스의 디지털 대응 전략과 뉴미디어 시대 언론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파이낸셜뉴스가 21일 송고한 국내최초의 로봇저널리즘 기사.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로봇저널리즘 기사를 선보였다. 언론계는 호기심으로 바라봤는데, 아직 알고리즘을 입력해 주식시황 기사를 전달하는 수준이다. 엄호동 부국장은 앞으로 로봇이 쓰는 기사 영역을 “계속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 뉴스캐스트 때는 9개 기사만 잘 유통하면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뉴스스탠드로 넘어오고 실시간 검색어에 매달리면서 어뷰징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PC에서 광고단가가 7원이라면 모바일은 2원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포털도 모바일 플랫폼에선 읽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뷰징을 해봐야 원가도 안 나올 수 있다. 어뷰징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즉 앞으로 어뷰징을 해봐야 한 사람의 인건비도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건비 없이 전기요금만 쓰는 로봇이 어뷰징을 하는 것일까? 엄 부국장은 로봇 기자의 역할이 어뷰징이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SNS를 쓰면서 나를 중심으로 관계자들이 추천하는 뉴스를 소비한다. 지금은 편집자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기사를 올리는데 이렇게 되면 개개별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기사를 쓰고 데이터 구축만 해놓으면 1대1 맞춤형 기사 제공이 가능하다. 정보 콘텐츠를 내가 원한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디바이스로 생산해 큐레이션 하고 퍼블리싱 하는 1대1 구조로 바뀔 것 같다. 인공지능 저널리즘이 확산되는 것이다.”

동일한 기사를 반복전송하는 어뷰징이 아니라 독자들의 수요에 반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로봇 기자의 임무라는 것이다. 콘텐츠의 깊이와는 별개로 독자 개개인이 원하는 기사를 생산하고 독자가 찾아오게 하거나 독자들을 찾아간다는 구상이다. 야구기사를 예로 들면 한화 김태균의 홈런 기사에 덧붙여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홈런추이 통계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엄 부국장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콘텐츠의 깊이도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엄호동 파이낸셜 뉴스 부국장.
“만약 특정 팀 경기결과를 기사로 써서 백만명이 본다면, 선수를 기준으로 쓰면 십만명이 본다. 인기가 없는 선수는 천명이 볼 것이다. 그런데 천명이 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면 ‘단가’가 맞지 않는다. 로봇 저널리즘은 개인 취향을 만족시키는 저널리즘이다. 저널리즘 개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셀 수 없는 데이터와 기사를 가지고도 독자들에게 전달이 안 된다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유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엄 부국장은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는 유통이 몇몇 포털과 신흥강자가 된 큐레이션 사이트로 파편화됐다. 페이스북은 광고를 해야 읽히는 구조고 포털은 메인에 우리 기사를 넣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이 와중에 구글이 AI(인공지능)퍼스트를 선언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콘텐츠를 개인으로 보내는 1대1 메신저 봇 형태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온디맨드 방식이다.

엄 부국장은 “온디맨드로 소비자가 주문하면 뉴스를 보내주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수익모델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정보가 있기에 광고역시 “매우 정확히 타깃팅”되기 때문이다. 엄 부국장은 “뉴스 온디맨드는 구글이 막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 부국장은 “그나마 아직 한글시장은 눈독들이기 어려운 구조지만 2~3년 내에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엄 부국장은 “언론사들 각자가 플랫폼을 만드는 건 바보짓”이라며 “다양한 독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의미로 현재도 하나의 콘텐츠를 온갖 플랫폼에 뿌리는 OSMU(One-Source Multi-Use) 밖에 대안이 없다. 엄 부국장은 “결국 어디든 다 넣어야 한다”라며 “단 한명이 모여 있는 곳이라도 보내야 한다는 개념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언론사는 콘텐츠 사업자로서 중심의 권위를 잃어버렸다”며 “그럼 CP(Contents Provide)로 가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저렴하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에게 팔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금도 신문과 온라인을 나눠 별개로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fn파스’라는 이름이다. 엄 부국장은 “신문과 모바일이라는 뉴미디어 쪽의 독자는 다르다고 판단했다”며 “신문 1면에 실렸다고 온라인에서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파이낸셜뉴스 브랜드 컨셉이 매칭 되겠느냐”라며 “아예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모바일에 특화된 개념으로 가는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는 모바일 콘텐츠는 대체로 연성 아이템을 제공하고 있고 피키캐스트나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1분 등에 제공한다.

▲ 카카오 1boon에 제공되는 파이낸셜뉴스의 'fn파스' 콘텐츠.
한편, 파이낸셜뉴스는 언론계에서 유행처럼 ‘디지털 퍼스트’ 구호가 울려 퍼질 때 신문 최초로 CMS를 바꾸는 등 비교적 빠르게 대응해왔다. 엄 부국장은 “뉴미디어는 검증된 시장이 아니라 모험을 하는 것이어서 조직 규모가 크거나 오너가 없다면 추진하기 어렵다”라며 “다행히 파이낸셜뉴스 오너가 IT에 해박한 지식이 있고 조선일보처럼 조직이 큰 것도 아니어서 예견된 상황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대부분의 언론사가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면서 기사 이외에 편집이나 유통에도 신경 써야 해 업무가 가중된 기자들의 불만이 높다. 엄호동 부국장은 파이낸셜뉴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엄 부국장은 “블라인드라고 앱이 있는데, 언론사 구성원들이 익명으로 얘기를 나누는 곳이 있다”며 “누가 그러던데 타사 기자들은 닉네임을 쓸 때 대표나 부국장 이름으로 한다는데, 나는 내 이름이 닉네임으로 올라올 정도로 공공의 적”이라며 웃었다.

엄 부국장은 “다만 디지털 퍼스트는 마인드 변화가 우선순위지 바꿔서 당장 직접적인 효과가 얻어지는게 아니”라며 “어떻게 보면 구성원들에게 미래의 경쟁력을 가져갈 여건을 만들어주는 기회라고 보고 있는데 본인들은 그걸 일이라고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자들도 뉴스 소비는 네이버에서 하고 텍스트보다 그래픽이나 사진이 있는 기사를 더 잘 읽는다고 한다”라며 “그런 부분이 서서히 바뀔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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