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탈당한 유승민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가 인생 목표인 양 생각”하는 “구태정치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미뤄왔던 대구 동을 지역에 ‘진박’ 인증을 받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공천했다.

이 위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한 의원이 당을 떠났다”며 유 의원을 지목해 “내무반에서 서로를 총질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강자를 비판해 자기를 부각시키는 방법, 또 본인을 정치적 희생양인 양하는 것도 시급히 청산해야할 구태정치”라며 이같이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정의’와 ‘원칙’을 강조하고 “권력에 버림받았다”고 한 유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희생양을 자처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런 가치들을 함부로 가져다가 인용해선 안 된다”고 못마땅해 했다.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념과 가치 중심으로 뭉쳐야할 정당”이라며 특히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국민 앞에 함께 약속한 정치를 책임지고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 의원을 향해서는 “야당과 손쉬운 타협을 선택한 지도자”라고 깎아 내렸다.

이 위원장은 ‘당의 정체성 위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유 의원 항변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4년 내내 국정 발목을 잡은 야당에게 박수갈채를 받고 집권여당의원들은 침묵 시킨 행위, 정부가 만류하는 법을 어거지로 통과시켜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하도록 한 것, “청와대 얼라” 이런 식의 발언 등을 지적하며 “뒤에 이어지는 여러 가지 행동도 이해받을 수 없는 것”으로 “어떻게 당 정체성 위반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격노했다.

이 위원장은 ‘경제 위기’를 강조하며 유 의원에게 그동안 “꽃신을 신고 꽃길만을 걸어왔고 당의 텃밭에서 3선 기회를 주고 늘 당 요직을 맡겼으나 지금은 아니다”며 “당을 버리고 또 오늘의 정치인 위치를 만들고 도와준 당에 인간적인 배신감을 던져주는 행위”라고도 했다.

▲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23일 대구 동구 선거사무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무실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 사진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 위원장은 “몇몇 다선 의원들도 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다”며 유 의원과 같은 날인 23일 탈당한 이재오·주호영 의원에게도 “더 나은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것이 선배 정치인의 도리”, “좀 더 포괄적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 등의 말로 비판했다.

공천 과정 내내 대립각을 세웠던 김무성 대표 등을 향한 지도부에 대해서는 이 위원장은 “탓하고 싶지 않다”며 “나름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공천과정의 여러 가지 허물은 공관위가 지고 떠나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유승민 의원 간에 진행된 치킨게임, 이 과정을 끌고 온 이 위원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친박계인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 위원장을 향해 “상식에 맡지 않는 행위” “유승민 의원 탈당하고 몇 시간 만에 좋은 후보를 찾았다며 공천을 결정하는 것은 시험 종료된 후에 답안지를 내는 일종의 부정행위” “실질적인 해당행위자는 오히려 이 위원장”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한편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채 미뤄졌다. 이 위원장의 이재만 예비후보 단수 추천은 김무성 대표가 전날 언급한 “합당한 결정”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실제 김 대표가 최고위원을 설득해 대구 동을 지역을 무공천 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