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사건에서 고등법원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한 인사고과로 성희롱 피해자 압박하는 르노삼성자동차를 상대로 피해자가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근무평가에서 최고등급(SP)을 받았던 르노삼성 성희롱 피해자는 같은해 상사로부터 1년간 성희롱을 당했다. 사건을 회사에 문제제기 한 2013년 이후 각종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 2013년 12월 직무정지·대기발령을 받고 사실상 ‘독방에 갇혔던’ 피해자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징계가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고등법원 판결문에서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전문 업무에서 배제)에 대해 사용자(르노삼성)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지난해 피해자에게 최하위 등급의 인사고과를 부여했다. 사유는 성과 없음, 협업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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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1일 르노삼성은 판결에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달에는 르노삼성 인사팀 임원이 피해자가 자신의 불이익조치에 대해 올린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 사진=pixabay

대책위는 “성희롱 피해를 회사에 신고한 이후 피해자와 친하게 지내거나 도우면 똑같이 회사의 탄압을 받게 될 거라는 메시지를 명백히 전하는 회사의 태도 때문에 많은 직장동료들이 피해자를 돕기는커녕 말 걸기도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는 성희롱 신고 이전에는 월 270여통의 이메일을 받았지만 신고 이후인 지난해 3월에는 받은 이메일이 60통 미만이었다. 대책위는 “회사는 피해자가 고립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이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최하위 고과라는 불이익조치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류형림 활동가에 따르면 2016년 1~2월 불이익조치 상담한 세 명 중 한명(36%)이 인사권 관련 불이익이었다.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2항에 따르면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성희롱 피해자에 최하위 인사고과를 준 회사를 향해 "최하위고과는 피해자가 아닌 르노삼성자동차"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한 순간에 저성과자가 된 피해자는 지난 1월2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정인사지침’에 따라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최보희 위원장은 “법으로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지침을 내려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한 것은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4년 2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조치에 대해 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고용노동부에 르노삼성자동차를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용노동부가 결정을 유보하고 있어, 대책위가 다시 고발한 것이다.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은 1998년 서울대 신 교수 사건 판결(최초로 성희롱을 범죄로 판결)이후 20여년 만에 대법원에 올라간 성희롱 사건이다. 대법원에서도 고등법원과 같이 사용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성희롱 사건에서 사용자 책임은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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