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서울 강서갑)이 14일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을 받아 당의 징계조치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신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희대 로스쿨이 누구도 외압을 받지 않았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당 지도부와 윤리심판원은 사실에 눈감고 언론 눈치 보기에 연연하기만 했다”며 “저에게 당을 위한 정치적 희생물이 돼 달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건 당의 윤리적 강화가 아니라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아들의 로스쿨에 졸업시험 탈락을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오는 15일 신 의원에 대한 윤리심판원의 재심 결정에서 징계 수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돼 더민주에서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지자 탈당한 것이다.  

신 의원은 “그동안 일부 언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곡되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한다”며 “혹자들은 아름다운 퇴장을 운운하지만 숱한 고난과 모험을 뚫고 여기까지 온 서울 4선 의원에게 아름다운 퇴장을 함부로 얘기할 일은 아니”라며 20대 총선 출마의지를 드러냈다. 
▲ 신기남 의원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사진=노컷뉴스

신 의원은 “신기남 아웃, 모 변호사의 서울 강서갑 전략공천 소문을 접하고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일축했는데 막상 이 모든 소문이 현실이 되니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무슨 정치적 음모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신 의원의 로스쿨 압력 행사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고, 결과(아들의 탈락)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 음모’라고 비판하며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여기서 ‘모 변호사’는 금태섭 변호사를 가리킨다. 금 변호사는 더민주 서울 강서갑에 출마선언을 했다. 신 의원이 현 지역구인 해당 지역에 출마할 경우 1여다(多)야의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신기남 의원 합류 선 그어

신 의원이 탈당을 앞두고 김한길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당 합류 여부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20석의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려면 현재 3명의 현역의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오는 15일까지 교섭단체를 꾸리면 1분기 국고보조금과 선거보조금 약 72억원 등 91억원 가량을 받을 수 있지만 교섭단체를 꾸리지 못할 경우 보조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신 의원의 합류를 공식 부정했다.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14일 서울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중징계를 받은 신기남 의원의 이른바 ‘갑질’은 우리 당의 당헌당규나 원칙, 추구하는 가치에 맞지 않는다”며 “당내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신 의원이 탈당하면서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고, 지난 16·17대 국회에서 개혁적 성향의 소장파로 활약했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3인방’ 모두 더민주를 떠나게 됐다. 

앞서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국민의당에 합류해 당 대표를 맡고 있고 정동영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총선에서 전북 덕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더민주를 탈당한 동교동계 권노갑 전 상임고문과 정대철 전 고문이 전북 순창에 있는 정 전 의원을 방문해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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