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코스피가 해외 증시 호조에 힘입어 반등하며 38.9포인트(2.11%) 상승한 1879.4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다른 언론의 장마감 기사와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기자의 이름이 독특하다. ‘IamFNBOT’이라는 바이라인이 붙어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1일 국내 최초로 로봇저널리즘 기사를 선보였다. 서울대학교 이준환·서봉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사 알고리즘이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IamFNBOT이 쓴 기사는 22일에도 나왔으며 앞으로도 매일 장마감 기사를 작성할 계획이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뉴스부국장은 “일단 베타버전 개념”이라며 “관련 기사를 쓰는 경우 기자들이 많은 데이터를 정리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로봇이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 ⓒ테크니들
 

해당 기사에 ‘국내최초의 로봇저널리즘’이라는 수식이 붙자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알고리즘을 통한 증권정보 서비스는 이미 시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로봇 저널리즘의 ‘알고리즘’은 단순히 데이터를 특정 템플릿(서식)이나 분석툴에 넣어 정리하는 방식과는 다르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준환 서울대 교수는 “기존에도 특정 템플릿에 데이터를 입력해 정보를 만드는 경우는 있었지만, 로봇저널리즘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기사를 작성하고 중요도를 파악해 배치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즉 환율 변동이 생겼다면 유가의 영향인지, 외국인 매수의 영향인지를 기자가 아닌 알고리즘이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로 설명한다. 사안별로 중요도를 파악해 중요한 내용위주로 주제를 잡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알고리즘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로봇저널리즘의 특성이 부각되는 수준은 아니다. 이준환 교수는 “연구실에서 지난해 프로야구 봇을 선보였는데 그만큼의 다양한 분석은 아직 못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개선되면 템플릿에 끼워넣는 기존의 기사와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파이낸셜뉴스가 21일 송고한 국내최초의 로봇저널리즘 기사.
 

로봇 저널리즘이 논의될 때마다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단골로 나온다. 로봇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더라도 기자들을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언론진흥재단이 로봇저널리즘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164명의 기자 중 11%만이 로봇기자가 인간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영주 미디어연구센터장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듯이 로봇기자가 인간기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알고리즘을 만드는 개발자가 인간이고 개발자가 알고리즘을 위해 참고하는 기사의 원형은 기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봇저널리즘을 단순히 ‘조력자’로 여기기에는 오늘날 언론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봇은 우리 언론기사의 대다수인 단순 보도자료 처리나 데이터를 정리하는 형식의 기사, 어뷰징 기사를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익현 지디넷미디어연구소장은 지난 14일 미디어오늘 혁신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로봇저널리즘이 그 자체로 기자를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똑같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써 내는 기자들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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