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다섯 번째 대국민 담화와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춘추관과 기자단이 질의와 관련해 사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북핵 문제, 노동 5법 국회처리, 새해 정국 구상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과 청와대가 사전 대본을 가지고 조율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가 질문 내용을 사전에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자회견 전부터 질의 내용이 SNS에서 전파돼 누리꾼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지 사전 유출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청와대 출입기자 가운데 어떤 매체의 어떤 기자가 질문할지에 대해 사전 조율됐으며, 매체별 질문 순서와 총 질문 개수 등을 청와대 춘추관 쪽에서 인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올해도 기자 13명 정도가 대통령에게 질문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서 나온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자단 내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인터넷신문, 경제지, 일간지, 지방지, 방송사 등 매체 성격에 따라 ‘세부 기자단’으로  나뉜다. 기자단 내부에서 기자들이 어떤 순서로 어떤 내용의 질문을 하게 될지 조율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각 기자단 간사들이 모여 청와대 기자회견 질문에 대해 최종적으로 정리한다.

청와대 출입기자 간사인 이지운 서울신문 기자는 12일 “기자단 내부의 질문 순서 선정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큰 틀에선 지난해 기자회견 진행에 준해 질문자와 순서 등을 정한다. 지난해에 질문하지 못한 매체에서 올해 질문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해진 기자회견 시간 내에서 질문 주제가 겹치지 않게 현안을 골고루 질문하려면 그 정도의 조율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질문 내용을 두고 청와대 측과 조율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나올 수 있는 질문은 한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는 “현재 기자단 내부에서 질문 내용과 순서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사단에서 질문을 각 사별로 수렴해 받고 있다”면서도 “이 내용을 외부에 밝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기자단 내부에서조차 “질문지가 유출될 개연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와 작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측은 사전 조율은 없으며 대통령과 기자간 즉각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지 않는다”며 “질문 순서와 내용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했다. 정 대변인은 “1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하는데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답변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1월12일 밤 11시 10분에 수정됐습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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