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디어교육을 교육현장에 전격적으로 도입하려 한다. 산업적 위기를 겪는 언론 입장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는 위기의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체계적으로 준비되지 않았으며 정치사회 교육과도 단절돼 있다. 미디어오늘은 프랑스, 핀란드, 영국 등 미디어교육을 성공적으로 실시하는 국가의 미디어교육 현황을 돌아보고 발전적인 미디어교육을 위한 제언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지난 13일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페이스북에서 하나의 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그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의 목적은 당신의 자녀가 파리 테러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질문에 대답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아이들을 위합니다.” 네티즌들은 “이번 비극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월요일이 되면 학생들에게 보여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기사는 쉬운 어휘로 쓰였고, 문답식으로 구성됐다. 사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도 들어 있다. 문답은 △왜 그들은 우리를 공격했는가. △왜 하필 그곳(콘서트장, 식당, 경기장)을 노렸나 △종교적인 이유가 있나 △학교가 위험하지 않나 등이다. 프랑스 중심 시각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프랑스의 시리아 침공이 사건의 발단이라는 점이 언급돼 있다.

   
몽꼬띠디엥은 지난 1월 올랑드 특집판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올랑드 대통령이 몽꼬띠디엥을 찾아 어린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같은 기사지만 연령대별 신문(왼쪽 10~14세, 오른쪽 14~17세)에 따라 다른 단어와 사진으로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사를 쓴 언론사는 프랑스의 출판사 플레이백(Play bac)에 소속된 언론사 몽꼬띠디엥(Mon Quotidien, 나의 일간지)이다. 몽꼬띠디엥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일간지를 발행한다. 신문은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온다. 7~10세를 대상으로 한 쁘띠꼬띠디엥(Petit Quotidien), 10~14세를 대상으로 한 몽꼬띠디(Mon Quotidie), 14~17세를 대상으로 한 락뛰(L' Actu)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 구독자수가 13만명에 이를 정도의 인기 신문이다.

이 신문은 어린이가 대상이지만 정치사회 현안을 다룬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 이슈를 피하지 않는다. 신문을 만드는 데도 어린이·청소년이 참여한다. ‘어린이·청소년 편집위원’제도가 대표적이다. 어린이들은 기자들에게 또래가 관심을 갖고 있는 현안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올랑드 대통령 특별판에는 이들이 직접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은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을까. 이에 대해 프랑소아 뒤푸르(Francois Dufour) 플레이백 편집장은 “대상이 어린이라고 해서 전쟁터에서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각 연령대에 맞춰 설명하고, 사건의 맥락을 충분히 설명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8일 플레이백을 직접 방문해 프랑소와 편집장을 인터뷰했다.

   
몽꼬띠디엥 프랑스 파리 테러 특별판. 연령대별로 다른 내용으로 구성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 어린이가 대상인 신문을 만든 이유는?
20년 전 창간했다. 기존에는 어른들의 신문밖에 없었다. 이걸 통해 학교에서 미디어 교육을 하는데, 기존의 신문처럼 어른들의 이야기를 어른들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먹히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11세 미만 아이들은 글을 잘 읽지 못한다. 이들에게 많은 양의 글을 읽게 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대신 하루에 10분씩 신문을 보도록 하는 건 쉽다. 이런 식으로 읽는 습관을 갖게 하고 싶었다.  

- 어린이 신문이면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가?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다루지만 동시에 우리는 모든 주제를 다룬다. 대상이 어린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지 우리는 진짜 신문이다. 구독자가 어린이라고 해서 ‘전쟁터에서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리얼리티를 외면할 수 없다. (이날 어린이 편집위원들에게 기억의 남는 몽꼬띠디엥의 기사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들은 샤를리앱도사건, 중동지역 분쟁, 스탈린에 관한 기사였다고 답했다.) 

- 그렇다면 일반적인 신문과는 무엇이 다른 건가?
우리는 쉽게 표현한다. 정치사회현안을 다루되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최대한 재미있게 쓴다. 일반적인 신문과 같은 주제를 다뤄도 어떻게 하면 더욱 흥미를 끌지 고민한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다. 신문에 다양한 색을 넣고 사진과 그림을 많이 넣는다. 시각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다. 

   
▲ 프랑소아 뒤푸르 몽꼬띠디엥 편집장(오른쪽)과 어린이 편집위원(왼쪽).
 

- 어린이나 청소년이 직접 기사를 쓰기도 하는가?
직접 기사를 쓰지는 않지만 우리 신문에는 ‘어린이·청소년 편집위원’들이 있다. ‘어린이·청소년 편집위원’은 10~14세, 14~17세 신문에 해당 나이대의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구성된다. 매일 10시 편집국 회의 때 이들이 기사 주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정하고 새롭게 나오는 영화와 음악, 게임 등을 소개해주는 역할도 한다. 지금은 방학이라서 매일 ‘어린이·청소년 편집위원’들이 회사에 출근한다. 학기 중에는 주1회 회의에 참석한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바뀐다. 인기가 좋아서 대기명단이 있을 정도다.

- 어린이를 신문제작에 참여시키는 이유가 궁금하다. 
단순히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신문제작에 참여한다. 나는 53살이다. 내가 14살 아이들의 관심사를 아는 건 어려운 일이다. 또래들이 직접 주제를 정하는 게 의미가 있다. 실제로 제작에 참여하기 어려운 7~10세 대상 신문을 제외하고는 ‘어린이·청소년 편집위원’을 두는 이유다.

- 독자들에게 별도의 피드백을 받나?
인터넷을 활용한다. 구독자들에게 e메일을 통해 소통한다. 우리가 신문에서 다룰 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리스트를 만들면 아이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매일 이렇게 기사의 주제가 선정된다. 신문제작에 아이들이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 또 다른 참여 프로그램이 있나?
회사차원에서 하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미디어 교육 강의실이 회사에 있다. 여기에서 참여수업을 할 수 있다.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와서 3시간 동안 직접 신문을 만든다. 실제 몽꼬띠디엥과 같은 디자인에 이날 아이들이 작성하는 기사로 지면을 채우는 것이다. 매일 이 프로그램을 여는 데 인기가 많다. 주로 학교에서 한 반씩 교대로 방문한다. 

- 정부와는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나
‘언론주간’이라는 행사가 있다. 끌레미(프랑스 국립미디어교육센터)에서 1년에 한번씩 이 행사를 열고 언론과 학교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이때 신문을 무료로 배포한다. 끌레미는 ‘리베라시옹’, ‘피가로’, ‘르몽드’(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등을 함께 배포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른들의 신문을 읽게 하는 건 16세 이상에게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낮은 연령대에게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본다.

   
▲ 미디어오늘이 몽꼬띠디엥 편집국에서 프랑소아 뒤푸르 편집장과 어린이 편집위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현재 어린이들은 디지털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종이신문 외에 디지털 전략은 무엇인가? 
디지털퍼스트 전략은 따로 없다. 쉽고 재미있는 종이신문이면 충분하다. 대신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어린이들을 위한 ‘마이 위클리’를 최근 발간했다. 영어 콘텐츠로 채워졌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와 같은 영어권 국가의 뉴스를 갖고 만드는 신문이다. 5년 전부터 신문 뿐 아니라 3개월에 한번씩 1년에 4회 잡지도 내고 있다. 잡지는 신문과 달리 교육과정에 맞춘 내용으로 채워진다. 가판대에서 구입할 수 있다. 금요일이 되면 고등학생을 위한 경제 주간지 ‘L'ECO’가 나온다. 

- 신문과 잡지만 발행하고 있나. 
LCI뉴스채널에서 지난 3월3일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뉴스 LE PETIT JT’ 방송을 시작했다. ‘나의 일간지’의 TV버전 이라고 보면 된다. 아이들에게 소개할 이슈 8개를 14분 동안 설명했다. 원래는 토요일 저녁에만 방영 했는데 반응이 좋아 내년 1월부터는 매일 방송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가장 좋은 정보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가?
물론 광고를 더 받고 싶지만 광고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웃음). 수입의 대부분은 구독료다. 광고가 총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하다. 그래도 우리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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