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작부서로 좌천된 자신의 처지를 웹툰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권성민 MBC 예능PD가 지난달 해고된 가운데, 방문진에서도 MBC 임원진 책임을 명백하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문진 이사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방문진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권PD 해고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임원진 책임을 물어야 하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인사 문제로 임원진을 문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방문진 이사진은 여야 6대3 구조로 여당 추천이 압도적이다.

권 PD는 지난해 12월 비제작부서 경인지사로 발령을 받은 뒤 좌천된 자신의 모습을 SNS상에 웹툰으로 담아냈다. MBC는 권 PD가 그린 웹툰에서 ‘유배생활’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았고 지난달 그를 해고했다. 반복적으로 ‘해사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 방송문화진흥회 ⓒ김도연 기자
 

야당 추천 선동규 이사는 “(다음 회의 때) 임원진을 출석시킬 것인지 논의를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재차 반복될 우려가 있고 이는 관리감독기구로서 당연한 권리”라며 권PD 해고 당시 인사위원장이었던 권재홍 부사장 등 임원진 출석을 요구했다.

또 다른 야당 추천 권미혁 이사는 “지난달 20일께 방문진은 MBC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보고가 끝나자마자 해고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며 “앞으로 괘씸죄로 반복적으로 해고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인사 담당을 불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교양국 폐지 때도 (방문진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아) 이사장이 유감을 표명했는데 이렇게 막나가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냐”며 “방문진을 우롱하는 태도를 언제까지 방관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 추천 이사들은 MBC 경영진을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특정 인사 사안의 적절성 여부를 가지고 임원을 불러다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경위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특정 인사를 가지고 이사들이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최 이사는 “특정 인사를 가지고 시비 거는 게 아니잖느냐”며 “MBC 노사 문제와 잇따른 해고 등 인사문제는 수년째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책임을 묻지 않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특정 인사를 가지고 본부장 등을 부르면 인사 날 때마다 밑도 끝도 없이 부르게 된다”며 “최 이사 발언은 ‘부당 인사’로 규정하는 것인데 이는 주관적 판단일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여당 추천 차기환 이사는 “최 이사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개별 인사 하나하나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이사들은 “부사장과 사장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김문환 이사장은 “MBC도 사정이 있을 것 아닌가”라며 “직원이 2000명 가까이 되는데 한 사람 해고가 됐다고 (임원을 부르면 방문진이) 너무 가볍게 보인다. 다음 회의 때 책임자를 부를 것”라고만 말했다. 다음 방문진 이사회는 26일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