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굴뚝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김 기자,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그러는데, 전날 쌍용차 및 노동과 관련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매일.”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말 한마디가 이런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렴요, 그런데 이 편지가 이걸로 끝이길 바랍니다.
   
▲ 지난 14일 오전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이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부의 70m 높이의 굴뚝에서 공장 밖 동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실장님, 생일이라면서요. 애인, 친구에게도 할까 말까한 생일 축하 편지를 이 실장에게 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날이 춥네요. 쌍용차 노동자들이 굴뚝에 올라간 이후에는 매년 입에 달고 다녔던 ‘춥다는 소리’, 반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뉴스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합의문 초안을 정부와 사용자 측에 편행됐다고 판단, ‘해고기준 명확화’ 등을 제외한 자체 합의문을 만들어 19일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는 경향신문 보도입니다. <관련기사 : 노·사·정 첨예 대립>

   
▲ 경향신문 19일치 보도.
 

경향신문은 “‘정규직 과보호’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정부와 사용자 측은 시각 차가 커 수용할지 미지수”라며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이번에 기본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퇴할 것이라고 얘기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반면, 정부는 기본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올해 안으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맞서고 있죠.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 <노사정 합의 없이 노동시장 구조개편 안 된다>에서 “노사정위나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다는 네덜란드 바세나르협약 등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이해당사자간 상호신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열린 대화도, 대타협도 끌어낼 수 없다”며 “더구나 양대 노총 가운데 민주노총은 아예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동계를 협상테이블로 끌어 들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최경환 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앞질러 ‘정규직 과보호’ 주장을 펴며 여론몰이에 나서니 신뢰가 쌓일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두 번째 뉴스는 민주노총 직선제 결선투표 후보 인터뷰입니다. 한겨레와 했네요. 한겨레는 “1차 투표 때 14만644표를 얻어 최다득표를 한 한상균(52) 후보조와 835표 뒤진 13만9809표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전재환(53) 후보조 가운데 23일 끝나는 결선투표에서 다수표를 얻은 후보조가 향후 3년 동안 민주노총의 방향타를 잡는다”고 말합니다. 

   
▲ 한겨레 19일치 보도.
 

제가 재미있게 봤던 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와 관련한 말들이었습니다. 한 후보는 “내년 1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사업과 총파업에 필요한 기금으로 조합원 1인당 3만원씩을 걷으려 한다. (씨앤엠 등) 케이블 노조에서 보듯 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할 때 비정규직 투쟁이 잘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후보는 “비정규직을 조직화하지 않으면 정규직의 미래도 없다”며 “조직 활동가를 키워내는 게 필요하고, 총연맹 의무금 납부 방식을 정액제 대신 정률제로 바꾸면 재원을 더 늘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했던 인터뷰와 비교해서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기사 : 박근혜 정권 남은 3년, 같이 할 민주노총 지도부는?>

   
▲ 동아일보 19일치 보도.
 

세 번째 뉴스는 동아일보 소식입니다. 동아는 <오늘 서울도심 곳곳 ‘시위 몸살’>이라는 기사에서 19일 집회로 도심 곳곳이 ‘혼잡’해질 거라 우려했는데요, 여전히 약자들이 집회를 하는 까닭에는 무관심한가 봅니다. 동아일보는 그러면서 쌍용자동차 소형 SUV ‘티볼리’는 크게 선전했습니다. 노동자의 절박한 목소리도 함께 실어주면 좋을 텐데요. 그래도 힘내세요. 이 실장이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 가수 이효리가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추겠다”고 했으니까. 

 

 

이렇게 소식을 전하는 와중에도 좋지 못한 소식이 들리네요.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김장현 조직부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고 합니다. 지난 15일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하다 연행돼 남대문서에서 조사를 받았었는데요, 생일날 이런 소식을 전하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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