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76조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20조 2000억원 늘어난 ‘수퍼 예산’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예산안의 내용을 자세히 전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쏟아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MBC의 접근법은 달랐다.

별다른 증세 계획 없이 예산을 늘렸다면 재정 건전성에 대해 진단하는 것이 상식적인 접근이다. 실제로 내년 관리재정수지는 –33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샌상 대비 –2.1%에 이를 전망이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올해 35.1%에서 35.7%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 <곳간에 돈 아닌 빚 쌓여도…경기 못 살리면 심각한 세수 펑크>에서 “문제는 점점 비어가고 있는 나라 곳간이다. 빚으로 대거 끌어 쓴 돈이 정부 의도와 달리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더욱 심각한 세수 펑크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묻지마 확장 예산 논란’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 신문은 4면 기사 <“빚 늘더라도 경기부양”…나라곳간 채우기 사실상 포기>에서 “사회간접자본 예산 확충과 같은 단기적 경기부양 시도로 결국 나라 곳간만 거덜 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 한국일보 19일자 4면 기사
 

경향신문은 5면 기사 <“적자 나도 확장” 최경환의 도박…균형재정 1년만에 포기>에서 이번 예산안에 대해 “‘정부지출 확대→내수 회복→세수 증대’가 이뤄지면 구멍난 곳간을 메울 수 있다는 얘기”라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강만수 경제팀은 똑같은 기대로 법인세, 취득·등록세 감세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확장재정을 폈지만 결과는 재정 악화와 사회 양극화였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4면 기사 <최경환표 확장 예산…경기부양 위해 정부 지갑 확 연다>에서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은 물 건너간 셈”이라며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정한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KBS <뉴스9>와 SBS <8 뉴스>도 18일 메인뉴스에서 이를 지적했다. KBS는 수퍼예산 편성으로 인한 확대되는 복지 혜택을 전하면서도 “이런 혜택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빚을 내서 하는 경기 부양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SBS도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내년 재정적자는 33조 원, 국가채무는 570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걸로 예상된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 언론들도 있다. 조선일보는 재정건전성 대신 “‘박근혜표’ 복지 예산이 모두 반영됐다”고 띄우기에 나섰다. 이 신문은 19일자 4면 기사 <복지공약 모두 반영한 첫 예산 …增稅 대신 국채 33조 발행>에서 “전체 예산 대비 복지 예산 규모(30.7%)로 보면 사상 처음 30%를 넘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19일자 4면 기사
 

이 신문은 또한 5면 <최경환의 승부수…SOC 24조에 14조 풀어 景氣 띄운다>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7년만에 최대 폭으로 예산을 늘리기로 한 배경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가 작용했다”고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톱기사를 비롯해 3꼭지에 걸쳐 수퍼예산 문제를 다뤘지만 비판적인 접근은 눈에 띄지 않았다. MBC는 톱뉴스 <내년 정부예산안 376조, 20조 증약…‘수퍼 예산’ 경기부양 총력>에서 “경기회복에 총력을 쏟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 MBC <뉴스데스크> 18일자 리포트
 

2번째 리포트 <‘복지예산’ 비중 30% 첫 돌파…국민 어떤 혜택 받을 수 있나?>에서는 복지 예산 확대로 인한 혜택을 소개했고, 3번째 리포트 <“안전예산 공 들였다”…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軍 인성교육 실시>에서도 “이번 예산안을 살펴보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분야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고 했다. 

MBC는 물론 기사 후반부에 “씀씀이가 늘면서 내년 재정 적자는 3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나랏빚은 570조 원을 넘어 GDP 대비 35.7%까지 올라가 경고등이 켜졌다”면서 적자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우려’라는 해석은 없었다. 정부 정책을 칭찬하기 바빴던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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