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으로, 길환영 KBS 사장은 해임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KBS 신임사장으로 누가 올 것인가, 그리고 방송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사실 KBS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KBS이사회가 여당추천 7명, 야당추천 4명으로 구성돼 있어 이사회만의 사장선임절차를 거친다면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결국 KBS이사회를 손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속전속결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사장 선임을 위해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이 KBS를 쉽게 놓아줄지는 불투명하다. 그동안 몇 차례 KBS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정치권으로 향하면 흐지부지됐다. KBS 관계자들이 “국회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KBS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 국회에서는 쉽게 통과되지 않았다. 사장선임 등에 이사회 규정을 과반 찬성이 아닌 2/3찬성으로 바꾸는 특별다수제는 결국 삭제됐다. 모두 새누리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의 KBS 공영성 확립 의지는 차기 사장후보 선임과정을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사장을 투명한 절차를 통해 뽑을 수 있다면 지배구조개선 등의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문제는 과연 그렇게 될 수 있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문창극 전 중앙일보 대기자를 국무총리에 내정하고 윤두현 YTN플러스 사장을 홍보수석에 내정하는 등 편향적이라 비판받았던 언론인들을 중용한 것은 그 전망을 어둡게 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미디어맨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청와대가 현재 여론통제를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며 “특히 박 대통령이 최근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는데, 두 사람의 이념성향은 국민들의 스팩트럼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가 아닌 청와대 눈높이 기준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국민 눈높이는 자신들이 이끌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KBS 사장 역시 누가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밥에 그 나물일 가능성이 높다”며 “방송계 전문가들은 KBS를 수습하기 위해 KBS출신이 좋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아마 그 기준에 맞추려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권과의 코드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길 사장과 전혀 다른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나 KBS 구성원·국민들의 요구가 해소되는 인사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기적으로 봐서 제대로 된 사장을 선임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사장을 공석으로 놓고 부사장 대행체제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 이사회가 어떻게 결론을 내릴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건이 사장의 공정성인 만큼 공정성이 담보되는 사장을 뽑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KBS 구성원들과 KBS의 독립성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이는 사장 선임이 이뤄져야 하고 이는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며 “사장추천위원회처럼 KBS 구성원들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이사회가 해 보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KBS가 얼마나 엄중한 상황인지 알아야 한다”며 “예전 같은 방식으로 간다면 더 큰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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