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KBS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상정이 보류됐다. 21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이사회 회의는 밤 9시 20여분까지 야당 추천 이사들이 요청한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 상정을 놓고 격론을 벌이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길환영 사장을 출석시켜 소명기회를 주기로 하고 해산했다.

조준상 KBS 이사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오늘 이사회에서 “해임 제청안 상정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다 결국 월요일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며 “길환영 사장에게 소명기회를 주는 것은 법률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길 사장의 소명이 필요하고, 소수 이사들이 제출한 해임제청안에 21일 길 사장의 담화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다시 제청안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해임제청안 상정 논의가 아니라 상정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는 “이길영 이사장이 책임지고 길 사장에게 문서와 유선으로 출석을 요구하고 (논란을) 설명하라고 전달하기로 했다”며 또한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소명기회를 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당 추천 이사들은 길 사장의 해임 제청안이 상정되는 것에 난색을 표했으나 상정 자체를 좌절시키는 것은 부담스러워 보였다고 조 이사는 전했다. 한 여당 추천 이사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계단에서 열린 기자협회 제작거부 결의대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앞서 지난 19일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등 KBS 야당추천 이사들은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는) 그동안 KBS 보도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청와대의 방송’이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라며 “그 누구도 KBS 보도나 프로그램에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며 해임제청안 상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현재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는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다. KBS PD협회(협회장 홍진표)는 21일 KBS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상정이 보류됨에 따라 23일 하루 동안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권오훈 KBS본부장은 21일 JTBC 뉴스9에 출연해 “길환영 사장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평가는 끝났다”며 “98%가 불신했고 간부들 뿐만 아니라 평직원들까지 KBS 사장으로서 역할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한 사람이 누구냐 물었을 때 길환영 사장”이라며 “(길 사장의)불법파업 운운은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청와대로부터 해경 비판 자제해달라는 걸 받았고,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자 길환영 사장이 직접 보도국 내려와 지시했다”며 “다들 어안이 벙벙해져서 수분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 지시를 의견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KBS 사태의 정상화이고 그 첫걸음은 길환영 사장의 사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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