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길환영 사장의 21일 사내 특별담화문 발표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KBS본부)가 비판하고 나섰다. KBS본부는 길 사장의 담화를 “거짓말”로 규정하며 “파업을 원하지 않으면 사퇴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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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는 “궁색한 변명, 억지 논리,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다 급기야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내 전 구성원을 협박하며 끝을 맺었다”며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길환영 사장이라지만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조차 스스로 차버렸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길 사장이 지난 8일 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KBS 앞을 방문했을 때 즉각 이들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명하자 “(유족들이) KBS로 항의 방문 온다는 소식이 들리자 서둘러 도망치듯이 회사를 빠져나간 것은 뭐라고 설명할건가”라며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간 뒤 도둑고양이처럼 다시 회사에 들어와 대책회의를 주관한 당신이 사과할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박했다.

   
▲ 21일 KBS 사원들을 대상으로 특별담화문을 발표하는 길환영 KBS 사장. 사진=정상근 기자
 
‘시청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는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 논란 해명에 대해서도 “KBS에서 30년을 재직했고 사장까지 된 사람이 보도국장에게 한 말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낸 것이라 둘러대는 것은 KBS인과 국민을 우롱하는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길 사장이 대통령 뉴스를 시작 20분 내 편성하라고 했다는 것에 대해 길환영 사장은 ‘로컬뉴스 편성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KBS본부는 이에 대해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로컬뉴스 시간은 40분대”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길 사장이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에 대해 ‘구조작업’ 핑계를 댄 것에 대해서도 “해경에 대한 강한 비판 보도가 수색과 구조를 더욱 독려하는 것이라는 점은 방송 1년 차만 되도 아는 일”이라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피눈물로 언론에 요구했던 내용은 해경과 정부의 늦장대응, 무능력함에 대해 비판해 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백운기 전 보도국장이 지난 11일 임명 하루 전 청와대로 간 사실에 대해 길 사장은 ‘보도국장 임명과 관계 없다’며 ‘오비이락’이라고 했다. 하지만 KBS본부는 “백 국장은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과 고교 동문”이라며 “길 사장은 기자총회에서 백 국장이 이점을 들어 고사했다고 밝혔지만 임명을 강행했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길 사장이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뉴스가 안 나와도 된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길 사장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기자협회 제작거부 선언 이후 부장 보직 사퇴까지 이어지자 임창건 본부장은 뉴스가 멈출 수도 있다고 사장에게 사태의 엄중함을 보고했는데 길환영 사장은 감수하겠다고 대답했고 임 본부장은 이에 충격을 받고 사표를 냈다고 증언했다”고 반박했다.

KBS본부는 “사장과 임원, 일부 보직간부를 제외한 사내 모든 구성원들이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길 사장은 ‘침묵하는 다수’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가져다 쓴다”며 “길환영 사장이 생각하는 다수는 한 줌도 안 되는 순장조 뿐”이라고 말했다.

KBS본부는 이어 “사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즉각 사퇴는 거부하고 적반하장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양 대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에 대해서는 정치적 선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 회사에서 가장 정치적인 사람이 길환영 사장이기에 물러나라는 것으로 파업을 원치 않는다면 즉시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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