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지면서 언론들이 다양한 아이템으로 ‘세월호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보고서가 나왔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12일, 5월 5일~5월 10일 간의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한겨레·경향신문 등을 모니터한 1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주도로 출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타기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KBS다. KBS는 5월 7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를 4꼭지에 걸쳐 보도했다. 당일 MBC는 1꼭지에 걸쳐서만 소식을 전했고, SBS는 검찰이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 2꼭지에 걸쳐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월 KBS는 TV조선의 채동욱 보도를 그대로 받아쓰기 했다가 기자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5월 8일과 9일에도 세월호 참사와는 거리가 먼 보도들이 ‘톱’에 배치됐다. 8일에는 KBS와 MBC가 무인기 관련 보도를 톱으로 배치하며 4꼭지나 방송했다. 9일에 KBS와 MBC는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가 위축되어 박 대통령이 긴급 민생대책회의룰 주재했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보도됐다.

   
▲ 5월 9일자 KBS 9시뉴스 갈무리
 
보고서는 “이 같은 이슈들이 뉴스가치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시기적으로 아직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애타게 시신 수습을 기다리고 있고, 사고원인과 구조과정의 문제점과 국민들의 추모 열기 등 주요 사안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런 시기에 KBS와 MBC가 유난히 세월호 참사를 제쳐놓고 이러한 주제를 톱 보도로 배치하거나 여러 꼭지로 할애해 보도하는 것 자체가 세월호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적인 물타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비판이 가중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경제살리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고, 보수언론은 이에 적극 호응했다. 문화일보는 9일 <단체관광 취소 따른 손실만 276억>에서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가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 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전통시장 매출도 평균 20~30%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역시 같은 날 사설에서 “세월호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인 소비 위축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위축된 현상이 지나치게 장기화되면 뜻하지 않은 피해가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정부가 앞장서 과하지 않은 행사와 대회, 여행과 소비는 재개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10일자 지면에서는 ‘긴급 민생 대책회의’에 참석한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크게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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