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저녁 세월호 유족들은 KBS의 세월호 관련 불공정보도와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에 항의하며 KBS를 항의 방문했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KBS 수신료 인상안’과 맞물려 KBS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KBS는 유가족들의 사장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사과 의사도 밝히지 않는 등 이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KBS의 이러한 태도는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8일 KBS 뉴스9는 <수신료 인상안 ‘자동 상정’…야·진보단체 엉뚱한 주장>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법 규정에 따라 소관 상임위인 미방위에 자동 상정됐다. 하지만 야당 의원과 진보단체들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내세우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 8일자 KBS 뉴스9 갈무리 | ||
KBS는 또한 야당이 “진보단체들과 합세해 여당이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폈다”며 야당과 진보단체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리포트에 야당과 진보단체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KBS는 “상정과 대체 토론은 국회법상 당연한 절차인데도 야당이 논의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여야 동수로 구성돼 야당이 반대하면 당연히 부결되는데도 여론을 자극하기 위해 날치기 인상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강조했을 뿐이다.
여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약 25분 만에 단독 상정-대체토론-법안 심사소위 회부 등 절차를 속전속결로 끝마친 것이 ‘날치기’가 아니라는 걸까? KBS는 “수신료 인상은 지금 시점에서는 꼭 필요하다”(민병주 새누리당 의원) “30여 년 동안 지금 수신료가 멈춰져 있는 것에 대해서 국민이 아마 다 이해해주실 것”(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주장을 전했는데, 세월호 참사 와중에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행태를 어떤 국민이 이해한다는 걸까?
▲ 8일자 KBS 뉴스9 갈무리 | ||
KBS의 ‘자사 감싸기’ 보도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KBS는 9일 아침뉴스타임 <KBS 간부들, 세월호 분향소서 유족과 마찰>에서 “KBS 보도본부 간부들이 조문을 위해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폭행을 당했다”며 “KBS 보도국 취재주간과 경인방송센터장이 분향소 대기실로 끌려들어갔고,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5시간가량 거친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KBS는 같은 리포트에서 “일부 유가족들은 KBS 보도국장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세월호 희생자 수보다 많다는 취지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보도국장이 직접 분향소를 찾아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 분향소 주변에서는 KBS 보도국장의 발언을 담았다는 유인물들이 배포되기도 했다”며 “KBS는 이와 관련해 보도국장이 문제가 된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공식 해명했지만 일부 언론의 일방적 기사 등으로 인해 유족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 이번 일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 9일자 KBS 아침뉴스타임 갈무리 | ||
하지만 KBS 보도를 보면 KBS는 이 사태의 원인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이런 식의 ‘자사 감싸기’ 보도가 이어질 경우 KBS에 대한 불신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KBS 간부들과 경영진은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