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PD는 정년퇴임했지만 여전히 KBS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정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후배들에 대한 걱정, KBS에 대한 걱정이 앞설 따름”이라고 짧게 말했다. 반면 언론의 현실과 KBS의 현 상황, 앞으로 언론인들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말했다.
현 PD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주도 공안통치에 언론이 한 축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성국은 하나의 해프닝인 측면이 있지만, 현 한국사회에서 파쇼에 버금가는 국정원 주도의 강압통치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가 언론”이라며 “국정원과 언론이 오른팔 왼팔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 PD는 “언론은 완벽하게 유신시대 언론시스템으로 돌아간 상황”이라며 “자발적인 조중동·종편이 이끌고 또 한편은 장악당한 언론이 독극물처럼 퍼져있다”고 말했다.
▲ 3월 26일 퇴임 축하연 자리에서 발언하는 현상윤 KBS PD.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 ||
현 PD는 이명박 정부 때 저항하던 언론인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순응 형태로 변화한 것에 대해 “언론노동자의 정서는 크게 2가지”라며 “하나는 절망감과 체념으로 2년 전 투쟁에서 피해가 극심했던 MBC가 가장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분노”라며 “이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이 무너진 것에 대한 분노”라고 설명했다.
현 PD는 결국 ‘자신감’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그는 “분노만 갖고 안 되는 이유는 자신감”이라며 “2년 전 패배가 현 시점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패배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며 “자칫 (언론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동력조차 파괴될 위험성이 있지만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현 PD는 언론계 상층부 뿐 아니라 언론노동자들도 박근혜 정부 헤게모니를 떠받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반 시청자나 밖에 있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파업 복귀 이후 현장투쟁을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이를 지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 PD는 “방송은 개인의 창작품이 아니라 조직의 창의물이기 때문에 개인 의지와 무관한 면이 있다”며 “결국 방송은 통제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도의 경우 아이템이 하달되고 기자들은 군대조직처럼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언론인들에게 “2년 전 싸움은 겉으로는 패배했지만 파업의 최대 성과는 방송독립군이 양성됐다는 것”이라며 “젊은 언론인들의 그 경험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정확히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의 강압통치 시스템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 PD는 “한편으로 언론인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며 “새 시대를 대비해 방송인으로서 역량을 끊임없이 고민해나가는 준비가 필요하고 부당한 것에 대해 저항하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언론인의 저항을 보여줘야 한다”며 “또한 방송인 이전에 하나의 시민으로 걸 맞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