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보수신문에 방송 진출 길을 열어줬다. 이명박 정부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종편을 의무적으로 재전송하도록 강제했고, 광고를 직접 영업할 수 있도록 봐줬다. 사업자들은 지상파에 인접한 채널번호를 울며 겨자 먹기로 종편에 내줬다. 여기에 종편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한 푼 안 내고 받고만 있다. [관련기사: 2013년 9월 24일자 유료기사 <방발기금 납부 0원 종편, 수억원대 지원받아>]

2011년 12월 뚜껑을 열어보니 신문의 재판이었다. 대선을 거치면서 종일편파방송, 막말방송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종편은 승인조건과 사업계획을 지키지 않았다. 규제기관이 시정명령을 내려도 ‘사업자가 너무 많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그런데 정부는 종편을 ‘갓난아기’에 비유했고 재승인을 착착 준비하고 있다. [관련기사: 2013년 9월 11일자 유료기사 <‘종편 연장’ 위한 방통위의 꼼수, “탈락은 없다”>]

종편을 걸음마 중인 갓난아기라고 치자. 그런데 종편은 걸음마를 뗄 생각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의 ‘승인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종편은 ‘배 째라’는 식이다. 정부와 종편 4사는 승인 당시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투자도 재방비율도 제자리걸음이다. [관련기사: 2013년 8월 14일자 <종편 4사 셀프평가 들여다보니 “턱걸이도 어렵다”>]

투자를 해야 콘텐츠가 나오지만 종편은 역주행 중이다. TV조선은 2013년 콘텐츠 투자금액으로 1609억 원을 약속해놓고 414억 원만 투자했다. 2012년 불이행한 971억 원을 더하면 약속한 돈의 16.0%만 투자한 셈이다. 채널A도 2012년 불이행 819억 원 포함 2691억 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실제 투자금액은 493억 원뿐이다. [관련기사: 2013년 10월 11일자 <종편의 굴욕...오락편성 겨우 11.3%, 재방송 무려 60.8%>]

MBN과 JTBC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TV조선, 채널A보다 2배 이상 금액을 투자했지만 역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MBN은 972억 원을 투자했는데 불이행 포함 2764억 원의 35.1%다. 2013년 1511억 원이나 투자한 JTBC는 같은 기준으로 44.5%다. [관련기사: 2014년 1월 28일자 <종편들 ‘배째라’? 사업 승인 조건 2년 연속 불이행>]

투자가 부족하니 재방송만 틀수밖에. 2012년 JTBC의 재방비율은 58.99%였으나 2013년엔 62.2%로 오히려 늘었다. MBN도 40%에서 48.7%로 늘었다. 채널A는 56.1%에서 46.2%로, TV조선은 56.2%에서 43.5%로 줄었으나 값싼 보도프로 편성을 2012년보다 늘린 결과로 보인다. [관련기사: 2013년 11월 7일자 <종편 편성비율 ‘TV조선=보도전문채널’>]

종편은 모기업 신문의 정치력 덕에 생존한다. 종편은 이명박 정부에서 광고 직접영업(미디어렙 적용 유예) 특혜를 받았다. 광고주에게 과도한 광고비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종편은 박근혜 정부에서 1사1렙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영업의 연장이자 이중영업 시작이다. [관련기사: 2014년 1월 12일자 유료기사 <2014년 종편 직접영업 끝? “이중영업 시작된다”>]

강력한 사업자가 네 명이나 되는 탓에 다른 사업자들은 죽을 맛이다. 더구나 종편은 ‘황금채널’을 선물한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YTN 수준의 수신료를 요구하고 있다. 2012년 종편 4사 총 매출은 2263억 원인데 지상파와 유료방송에서 절반씩 가져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2013년 9월 22일자 <“종편 손익분기점 시청률 3.5%” 특혜 환수한다면?>]

오죽하면 종편이 비밀TF에서 ‘무력진압’ 대상으로 지목한 CJ가 나섰을까(관련기사 링크). CJ E&M은 최근 방송광고 관련 토론회에서 ‘종편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방통위가 구상한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과 중간광고 허용은 종편으로 자기 몫을 뺏긴 지상파의 민원제기 성격이 짙다. [관련기사: 2014년 1월 28일자 유료기사 <‘무력진압 대상’ 침묵하던 CJ가 종편을 깠다, 왜?>]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는 종편이다. 종편이 2년 연속 승인조건, 사업계획을 어기고 시정명령마저 이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방통위는 과징금을 처분했다. 업무정지까지 논의했으나 결국 가장 낮은 수준의 ‘과징금’ 3750만 원 처분을 의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2014년 1월 7일자 <업자들 싸움에 시청자만 울게 될 이유, 알려드립니다>]

2월 방통위는 조선·중앙·동아일보 종편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진행한다. MBN은 5월부터다. 그런데 종편들이 잇따라 승인조건, 사업계획을 ‘엉망으로’ 집행한 것은 “이대로는 못 살겠다, 한 곳 정도는 정리해 달라”는 시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종편은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2014년 1월 8일자 <“종편 다음 특혜는 신방 겸영 규제 완화”>]

박근혜 정부는 종편을 모두 안고 갈까. 누구나 아킬레스건은 있다. TV조선과 채널A는 출범 목적에 가장 어긋나 있다. MBN은 조중동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약하다. JTBC의 아킬레스건은 ‘손석희 뉴스’다. 보수신문과 종편들의 지난해 활약을 보면 이 카드를 들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본격적인 ‘충성경쟁’을 시키는 것뿐. [관련기사: 2014년 1월 22일자 <한 달 남은 종편 재승인 심사, 포인트는 JTB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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