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4사 실무자들이 8VSB 전송방식 도입으로 지상파와 동급이 되고, 정부 및 국회에 로비를 벌여 광고 직접영업 기간을 연장하며, CJ 등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을 압박해 케이블 수신료를 받아내기 위해 TF를 구성하고 전방위 로비를 공모한 내용의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공개한 ‘종편 4사 공조 실무자 회의’ 문건에 따르면, 종편 4사 실무자들은 이를 위해 모기업인 신문사 기자들의 공조 체제를 구축해 기획기사를 만들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주무부처는 물론 국회와 청와대까지 로비를 기획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경재 방통위원장에 대한 대정부 질의에 앞서 2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종편 실무자들이 지난달 14일과 21일 점심 프레스센터 19층 식당에 모여 논의한 내용이 요약된 것으로 추정되는 A4 4쪽짜리 문건이다. TV조선 김아무개 정책기획팀장, JTBC 이아무개 시청자정책심의실장, 채널A 이아무개 총괄팀장, MBN 정책기획팀 박아무개 부장 등이 참석했다.

   
▲ 종합편성채널 4사
 
이 자리에서 JTBC는 8VSB를 위한 정부 압박을 우선과제로 제안했다. 8VSB는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 가입자도 디지털TV만 있으면 HD급 방송을 볼 수 있는 전송방식으로, 현재 정부는 지상파에 한해 이 전송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종편에 8VSB를 허용하면 케이블TV에서 종편과 지상파의 채널은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문건에는 “8VSB는 3개 아이템 중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미래부의 기술기준 변경만 되면 케이블에 도입이 가능”하다는 JTBC 관계자의 말이 요약돼 있다. “케이블TV 시청자들에게 편익을 주는 서비스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JTBC의 설명이다. TV조선 또한 8VSB 도입을 시급한 과제라고 동의했다.

채널A는 광고 직접영업 기간을 유예하는 ‘미디어렙법 시행 연기’가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문건에는 나와 있다. 채널A 관계자는 “관련 법의 부칙을 개정해 적용을 2~3년 유예하거나, 법시행 자체를 재검토하도록 종편 4사가 공조해야” 한다면서 “이 건은 국회 미방위, 특위 야당을 움직여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MBN은 SO와 벌일 수신료 협상에 공조 체제를 구축해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MBN 관계자의 주요 발언 내용은 “경영진에서 종편 4사 공조를 지시하셨으니까 수신료 협상도 함께 하는 것이 좋겠음”이라고 문건에 나와 있다. 타사는 “종편 자체만으로 추진이 힘든 상황”이라며 CEO, 편집인, 신문기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래부·방통위 출입기자들 간 공조 제안도 나왔다.

문건에 따르면 TV조선은 추가 특혜 관철을 위해 역할분담을 제안했다. 문건에는 “우리가 방통위하고 미래부를 맡을 테니까 중앙과 매경이 국회 미방위하고 (방송공정성)특위를 맡으시고, 동아가 BH 비서실과 미래수석실을 맡으면 좋겠음”이라는 TV조선 관계자의 발언 내용이 요약돼 있다. 나머지 3사는 이 제안에 동의했다.

   
▲ 최민희 의원이 입수한 문건 중 일부.
 
종편 4사들은 이 자리에서 6월초 모기업 신문사를 활용해 기획기사를 게재할 것을 결정했다. 실제 중앙일보는 6월 3일자에 이경재 방통위원장 인터뷰를 크게 싣고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 또한 이들은 모기업·종편 대표들이 국회 미방위원장인 한선교 의원(새누리당), 여야 간사 등을 만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JTBC는 케이블 수신료 협상에서 CJ를 공격할 것을 제안했다. 문건에는 “시험무대를 CJ로 잡았으면 함. CJ를 총체적으로 공략해서 어느 수준에서 CJ가 백기를 들면 그 이후에 각 사가 사정에 맞게 개별 협상을 벌이도록 함”이라는 JTBC 관계자 발언이 있다. TV조선과 MBN 관계자는 종편 CEO와 5개 MSO 대표가 만나는 ‘요식행위’를 거친 뒤 CJ를 압박하면 효과적일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종편 관계자들은 일제히 로비 공모 자리가 아니고 일상적인 협의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TV조선 김아무개 팀장과 MBN 박아무개 부장은 ‘만나긴 했지만 경영상황과 콘텐츠 교류방안 등에 대해 얘기했고, 해당 내용은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5월에 만나긴 만났고 경영상황과 콘텐츠 교류방안을 고민하면서 밥을 먹은 적은 있지만 ‘압력을 행사하겠다’든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미디어오늘은 박 부장에게 발언 내용을 확인했으나 그는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건이 날조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서경호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 건에 대해서는 이아무개 정책심의실장이 창구를 맡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으나 이 실장은 수차례 통화시도와 문자메시지에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 JTBC 송원섭 홍보마케팅팀장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채널A 이아무개 총괄팀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총괄팀 관계자는 “자리에 안 계셔서 통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널A 이광표 홍보기획팀장은 “경영현황이나 콘텐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비정기적인 만남이었다”며 “실무자들의 일상적인 모임이었으며 특혜 담합이나 로비 역할분담 등에 관해 논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종편이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방통위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통위 홍성규 상임위원은 ‘종편 CEO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근에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8VSB 등 추가 특혜를 위해 모기업 신문사의 기획기사 계획을 논의한 것에 대해 “실무자들이 모여 전략을 짜는 것이야 이해하지만 ‘기사로 정부를 압박해 특혜를 얻는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중) 수신료 얘기는 언론에 수도 없이 나온 얘기이지만 그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거나 한 적은 없다. 개별적인 접촉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정현 수석은 “종편에 대한 내용은 현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청와대에서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에게 종편 추가 특혜 가능성을 묻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다.

종편 고위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MBN 류호길 기획이사는 “그런 목적으로 정기적 회합을 갖은 적이 없고, 문건을 작성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JTBC와 중앙일보가 종편 추가 특혜를 위해 움직인다’는 내용을 전하며 JTBC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손 사장은 “잘 모른다. 인터넷을 안 한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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