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부채가 17.6조원이나 누적되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서발 KTX 자회사와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아주 왜곡한 것인데 이들 부채의 많은 부문들이 코레일이 통제 불가능한 외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선 코레일은 출범하면서 고속철도부채 중에서 운영차량 인수 명목으로 4.5조원을 떠안았다. 2009년에는 정부의 민자사업 실패를 대신하기 위해 1.2조원을 들여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해야 만했다. 이 밖에도 2005년 이후 영업에 필요한 차량을 추가 구입하는 비용 2.7조원, 용산국제업무지구 취소로 인한 부채충당금 2.7조, 회계기준 변경으로 3조, 계열사 부채 반영으로 0.2조 등의 추가적인 부채도 떠안았다. 

이 중 어쨌든 코레일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빼더라도 총 17.6조 중에서 11.6조(2005년 이후 차량구매비용(2.7조)+인천공항철도인수(1.2조)+회계기준변경(3조)+계열사부채반영 0.2조+고속철도건설부채인수 4.5조)는 코레일의 방만 경영하고는 아무런 상관없는 부채들이다. 영업적자로 인해 늘어난 부채와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제외하면 11.6조 정도는 코레일이 방만 경영과는 상관이 없는 부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영업적자 또한 원가보상율이 73.8%에 불과한 요금과 정부가 지원하지 않은 7,064억 원의 PSO(공익서비스)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국토부는 코레일이 귀족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높아서 방만하기 때문에 부채가 늘어났다고 여론을 호도하면서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라는 엉뚱한 대책 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면 17.6조나 되는 부채를 어떻게 해소할 거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정부의 정책이 변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가 도로투자를 줄이고 철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코레일의 영업환경을 개선하고 부채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코레일이 출범한 이후 8년간(2006년~2013년) 중앙정부의 교통 SOC 투자(139.9조) 중 철도투자는 전체 대비 25.6%(도시철도까지 합치면 31.4%이지만 도시철도는 기능이 다르므로 제외함)에 불과했다. 반면 도로투자는 전체 투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6.3%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으로 철도를 지목했지만 철도에 대한 재정투자는 도로투자에 비해서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도로는 이미 과잉 투자된 상태이어서 투자규모를 대폭 줄이고 철도 투자로 전환해야 함에도 여전히 정부는 도로중심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철도에 대한 투자부족이 코레일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부채를 늘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코레일이 8년 동안(2005~2012년) 철도시설공단에게 지불한 선로사용료는 4조 9,706억 원이다. 철도시설공단도 정부의 재정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고속철도 건설에 40%만 정부지원) 별다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코레일의 선로사용료를 줄일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런데 정부가 도로 대신에 철도에 대한 재정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선로사용료를 감소시킬 수 있다. PSO(공익서비스의무)와 차량구입비용 등의 직접적인 지원도 대폭 확대할 수 있어서 코레일의 영업환경 개선과 부채감축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주장처럼 경쟁체제가 아니더라도 재정지원을 확대하면 고속철도의 요금도 일정정도 내릴 수 있다. 현재 코레일이 납부하는 고속철도의 선로사용료는 매출액의 31%인데 서울-부산 간 53,300원의 요금 속에 통행료가 16,523원이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현행 40%만 부담하는 고속철도 건설비용을 대폭 늘린다면 앞에서 언급한대로 선로사용료를 하락시킬 여지가 생기므로 요금도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도로투자를 줄이고 철도에 대한 투자를 많이 늘리는 정책을 펼치면 충분히 코레일의 부채는 감소할 수 있고 요금도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유럽국가들은 이러한 부문에 대한 재정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향한다는 독일철도는 연방정부가 선로건설 비용을 재정으로 모두 지원해주고 있다. 그 외에 유럽의 국가들도 공공자금으로 철도수송서비스, 차량구입과 기반시설투자 등의 다양한 부문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코레일의 경영에 비효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코레일의 경영이 악화되고 부채가 많이 늘어나는 핵심이유는 코레일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레일의 경영을 개선하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도에 대한 정부의 재정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미 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조차 도로보다는 철도에 대한 투자를 많이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여전히 도로 중심의 정책에 매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는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라 오히려 코레일의 경영만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자신들은 변하지 않으면서 철도 노동자들만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하면서 귀족노동자 딱지를 부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행태는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 문제를 해소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철도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극단적인 대립이 아니라 한국철도의 문제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철도 발전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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