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사장 최연혜, 이하 코레일)는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명환)의 22일 파업 동안 총 20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코레일은 2009년 파업 때도 199명을 고소했으나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방법원에서 무죄 또는 무죄 취지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코레일은 이번에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고소한 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30일 이번 파업이 ‘불법’이라고 판단, 202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형사상의 책임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등 구상권까지 개별적으로 청구한다”는 게 코레일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고용노동부가 9일 구두로, 11일 문서로 ‘철도노조 파업은 정당한 파업이 아니다’라는 회신을 보냈고, 여기에 따라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이라며 “사회통념상 과한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판단에도 파업의 불법성을 두고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합법적인 쟁위행위는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목적이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사간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데 있어야 하며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했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 찬성결정 등 절차를 거쳐야 하고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며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아야 하는 등 이상 4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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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주체는 교섭 당사자인 철도노조다. 절차도 문제 없다. 노조는 ‘철도 민영화 저지’ 목적에 대해서는 지난 6월, ‘임금교섭’에 대해서는 지난 11월 파업 찬반투표를 벌였고, 각각 81.9%, 73%로 가결됐다. 두 사안에 대해 교섭에 진척이 없던 11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2차례 거쳤다. 중노위는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돌입 6일 전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을 예고했다. 수단과 방법 측면에서도 필수유지업무 제도 상 필수유지인원을 제외한 ‘필공파업’이었다. 2009년의 경우, 초기에는 합법이었으나 11월29일 이명박 대통령 발언 이후 불법으로 바뀌었다.

남은 건 ‘목적’ 하나다. 코레일과 고용노동부는 파업 전부터 경영방침과 정부정책에 반하는 ‘불법’으로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지난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철도공사의 수서발KTX 주식회사 출자 결정이라는 경영상의 행위는 철도공사와 그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 노동조건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고 조합원들의 직접적 법률상 지위나 이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코레일은 자체 분석에서 KTX 분할로 연간 4664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을 예측했다. 더구나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따라 코레일이 지주회사와 6개의 자회사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노동조건과 법률상 지위도 바뀐다는 게 권두섭 변호사 분석이다. 권 변호사는 “철도공사는 인력의 대규모 감축, 근로조건의 후퇴가 필연적으로 따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철도노조 조합원 1만8천여 명은 ‘전직거부 선언서’를 코레일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파업과 업무방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도 ‘코레일의 무리한 고소 남용’이라는 비판에 힘을 싣는다. 전원합의체는 ‘파업=업무방해’라는 기존 입장을 부분 폐기하면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를 두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는 “철도파업의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이미 파업의 전격성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파업 예고에 따라 코레일이 사전에 대체인력 투입을 준비했고, 노조가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지켰다는 점을 들며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서울을 제외하고 유죄 판결은 한 건도 없고, 대법에서 다투고 있다”며 “다른 지역의 경우 공사가 항소, 상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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