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언론은 물론 보수언론들까지 이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에 주목하는 중입니다. 조선일보의 인터넷페이지인 조선닷컴에는 12일부터 14일까지 총 14개의 관련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 중 ‘안녕들하십니까’를 소개하는 세 개의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 9개의 기사는 이를 비판하는 기사입니다.
<안녕들하십니까 시위대, 실체 없는 ‘철도민영화’ 반대하며 거리로…대학은 ‘감성의 전당’?>
<안녕들하십니까 시위대, 추진되지도 않는 ‘철도민영화’ 반대한다며…>
<‛안녕들하십니까’, 논리도 팩트도 부실한데…“집회 먼저?”>
<안녕들하십니까 시위대, 실체 없는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서울역으로...>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진보신당 당원의 일방적 선동문이 뜬 까닭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선동만…이런 글에 몰리는 대학생들>
<안녕들 하십니까, 고대에 붙은 대자보 화제 “일방적 주장, 논리적 비약”…일반 대중이 보는 시각은?>
<안녕들 하십니까, 고대에 붙은 대자보 화제…“일방적 주장, 논리적 비약”>
<고대 대자보? “비약만 있고 팩트는 부실!”>
어떤 분들은 이 많은 기사를 보고 조선일보가 ‘안녕들하십니까’ 현상을 정말 열심히 취재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기사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금방 드러납니다. 위의 기사 내용들은 복사+붙여넣기를 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입니다. 13일에 올라온 관련 기사들의 핵심은 주씨의 대자보 내용이 팩트도 부실하고 논리도 없는데 대학생들이 선동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4일이 되자 이 내용에 이들이 촛불집회까지 몰려갔다는 내용을 덧붙여 기사를 만들었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기사를 9개나 만들어낸 겁니다.
▲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조선닷컴에 올라온 ‘안녕들하십니까’ 관련 기사들 | ||
둘째, 이 조선일보 기사들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기자의 이름도, 이메일도 없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에 동참한 대학생들의 대자보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대자보를 쓴 학생들에게, 조선일보는 자기 이름을 감춘 기사로 응답하며 ‘선동’이니 ‘팩트는 없다’느니 하는 딱지를 붙였습니다. 조선일보 기사 밑에 “이 글은 바이라인도 없네요. 글 쓴 기자 스스로도 아는 거죠, 본인이 얼마나 부끄러운 글을 쓰고 있는지를”(김성민) “바이라인도 없는 이 기사가 저 대자보와 비교해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지니는지, 선동성은 없는 기사인지 궁금합니다”(오지연) 등의 댓글이 달린 이유입니다.
셋째, 이 기사들이 검색어 장사를 위한 기사인 것 같아서 더욱 씁쓸합니다. 조선닷컴 등의 인터넷 언론들은 당일의 포탈 인기검색어에 맞춰 기사를 만들어내고, 더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곤 합니다. 영화 ‘변호인’ 개봉을 앞두고 변호인이 인기검색어에 오르자 조선닷컴에는 <설국열차, 관상 이어 변호인까지...송강호 연이어 영화출연 “급전 필요한가?”>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13일과 14일, ‘안녕들하십니까’가 포탈 인기검색어 1위였습니다. 검색어 장사로 조회수를 올릴 수밖에 없는 언론의 현실이 나타나 다시 한 번 씁쓸합니다. 조선일보 기사에는 “계~속 똑같은 기사를 ‘안녕들하십니까’ 검색어 뉴스 첫 페이지에서 조선일보 기사가 뒷 페이지로 밀릴 때마다 올리고있음(이승현)” “아까부터 같은 내용으로 계속 올라오네(정나은)”라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독자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들은 권력을 가진 자의 말은 철썩 같이 믿으면서 그렇지 않은 이들의 항변은 ‘선동’이라고 낙인찍는 보수언론의 행태, 기자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쏟아내는 기사의 문제점, 인기검색어에 의존해야 하는 언론의 씁쓸한 현실을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 모두 안녕들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