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로드맵이 될 거라던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지난 14일 이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완화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 허용, KBS 수신료 인상, 8VSB(8레벨 잔류측파대) 확대 등 그동안 나왔던 업계의 민원을 대부분 수용해, 방송통신 시장에 종합 선물세트를 풀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이 1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합계획안이 방통위와 미래부등이 합의해 내놓은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해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위원장은 “이 종합계획안은 미래부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의뢰해서 나온 안”이라면서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부 자체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친 것이 아닌데, 방통위가 정책을 결정한 것처럼 보도한 것은 유감”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뜩이나 사업자들마다 불만이 없지 않은 상태에서 방통위와 미래부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가면서 업계 갈등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8VSB 확대는 종합편성채널에 주는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고 케이블 방송 사업자(SO)들은 MMS를 허용하면 유료방송 시장 전체가 공멸한다며 결사 반대하는 입장이다. KBS 수신료 인상과 KBS2 광고 폐지는 방통위나 미래부 차원이 아니라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방통위는 700MHz 주파수 할당과 UHD 방송 정책을 두고 미래부와 갈등을 보여왔다. 이번 종합계획안에는 UHD 방송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규정하고 케이블은 2014년 위성방송은 2015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라는 대목이 있는데 방통위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위원장도 한때 UHD 방송은 이르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지상파 주도로 UHD 방송을 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 700MHz를 방송 용도로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도 이날 전체회의에서 “중간광고를 허용하기로 확정된 것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사무국이 적극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방통위와 사전 조율이 없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방통위가 발끈하자 미래부는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래부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방통위와 공유됐던 내용인데 UHD 방송 관련 대목은 방통위에서 상용화 시기가 정해진 것만 포함시키자고 해서 지상파 부분이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막상 실행 단계에서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텐데 세부 계획은 서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도 “정책의 정합성을 고민하고 구체적인 로드맵과 액션 플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호영 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규제 완화의 방향은 동의하지만 대부분 플랫폼에 치우쳐 있고 정작 절실한 콘텐츠 정책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토론회 직후 드러난 방통위와 미래부, 문화부의 소통의 문제는 규제 해체의 내용과 범위를 넘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종합선물세트 한 바구니는 창조경제의 모호한 전시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결과적으로 무료보편서비스인 지상파를 유료방송 환경의 한 축으로 재편하는 정부의 방송 산업 발전 로드맵은 방송의 공적 기능을 마비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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