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선거개입 댓글을 달았던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수사책임자 몰래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된 경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축소 은폐 의혹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15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사건이 터진 후 지난해 12월 15일 수서경찰서가 작성한 김하영씨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권은희 전 수사과장 몰래 서울경찰청 사이버분석팀으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진 의원에 따르면 김하영씨의 진술조서(피의자 신문조서)는 지난해 12월 15일 저녁 8시경 마무리됐다. 그런데 수사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결제 없이 해당 조서는 서울청 사이버분석팀으로 유출됐다.

보통 피의자 조서를 받을 때 수사팀이 증거를 바탕으로 신문을 하기 위해 증거 분석팀의 협조를 받아 작성하는 경우는 많지만 수사팀도 모르게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분석팀으로 옮겨가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은 "증거 분석팀에 보여줬다는 것은 보고 받지 못했고 사후에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권 과장은 "수사에서도 증거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사안은 증거 분석팀에 보여주고 도움을 받아서 그 결과를 수사팀에 알려줘야 하는데 이런 협력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이치열 기자
 

진선미 의원은 수사 책임자 모르게 피의자 신문조서가 사이버분석팀으로 유출된 것은 국정원 직원인 김하영씨의 진술에 맞춰 분석 보고서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터넷상 댓글 행위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기 위해 피의자가 범죄 사실을 방어하기 위한 진술에 끼워맞춰 보고서를 작성해 범죄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경찰은 피의자 신문조서 확보 과정을 묻는 추궁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지만 결국 복수의 증언을 거치면서 당시 서울청 수사 2계장을 맡고 있던 김병찬 수사계장을 통해 서울청 사이버분석팀으로 전달된 과정이 밝혀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청 사이버분석팀 김수미 분석관은 분석 과정에서 김하영씨의 진술조서를 봤다고 증언했지만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진 의원은 이병하 서울청 수사과장에게 피의자 진술조서 확보 경위를 물었고 김병찬 수사2계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증언을 이끌어냈다.

김병찬 수사2계장은 재판 과정에서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과 6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진 인물이다.

김병찬 수사계장은 조서 확보 경위에 대해 자신이 당시 선거사범 수사 상황실에 맡고 있었고 선거와 관련된 일선경찰서 보고를 받기 때문에 수서경찰서 지능팀으로부터 공람을 통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병찬 수사2계장은 수사 책임자 결제 없이 공람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피의자 신문조서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추궁이 계속 이어지자 김병찬 수사2계장은 김하영씨가 댓글을 달았던 내용을 정확히 조사하기 위해서 증거분석팀에서 피의자 신문조서를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당시 민간인 조력자인 이정복씨의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는데 이씨는 현직 경찰관의 사촌 형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와도 사적인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현직 경찰관은 수사가 한창일 당시 김하영씨와 민간인 조력자 이정복씨, 국정원 파트장 등과 함께 김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책회의까지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더구나 현직 경찰관은 당시 국정원 사건 수사의 관할서인 수서경찰서 개포파출소에 근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사건 은폐 축소 의혹의 중심에 섰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경찰관 신모 경위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시 자신을 포함해 4명이 모였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적 관계인)국정원 여직원의 안부를 묻기 위해 갔다"며 대책회의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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