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종편의 재승인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방통위는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종편 재승인 심사에 들어가 내년 3월께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5일 방통위는 방송정책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 연구반’의 ‘종편 재승인 세부심사기준안’을 공개했고, 16일에는 배점표가 포함된 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방통위는 오는 22일이나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편 재승인 심사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안에 따르면, 종편 재승인 심사가 지상파 방송 심사기준을 차용하고 있다고 밝혀 지상파 방송 재승인 심사와 유사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상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그렇지 않다. 비계량 항목은 최대화시켜 객관적인 심사는 어렵게 됐다. 막장·막말 방송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재제를 ‘감점’처리로만 국한했다. 또한 방통위가 실시한 종편의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평가해 내린 ‘시정명령’ 등의 내용은 재승인 심사에 실질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지상파의 경우 1000점 만점에 650점 미만인 경우 방통위가 ‘재승인 거부’를 할 수 있지만 16일 언론에 공개된 종편 재승인 심사 자료에는 ‘종편 재승인 거부’ 기준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방통위는 심사 점수가 비교적 큰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180점, 비계량)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180점, 비계량)의 경우 총점과 상관없이 해당 항목의 달성 점수가 배점의 60%를 넘지 못해도 ‘조건부 재승인’을 받도록 했다. 일반적인 시험에도 적용되는 ‘과락’은 종편을 비껴갔다.

결과적으로 막장·막말방송, 역사왜곡, 편파왜곡보도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온 종편에 대해 ‘승인취소’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방통위가 종편을 상대로 경고성 ‘시정명령’을 내려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등 조건부 재승인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 종합편성채널 4사
 
종편 주주구성의 문제점, 강력한 조처 필요

만약, 방통위가 지난 승인 심사처럼 직무유기를 하며 종편의 생명줄을 연장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불법, 탈법으로 탄생한 조중동 종편이 승인심사 과정과 승인장 교부 시점에 편법과 탈법을 저지르며 종편 출자금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평균 25%의 주주구성이 달라졌다. 또 종편 투자자들은 주요주주로 등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쪼개기 투자를 했다. 투자자 실체를 가리기 위한 익명투자, 신탁투자는 물론 부실 저축은행들의 경우 보험성 투자를 하기도 했다.

특히 채널A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40%가 넘는 주주가 바뀌었다. 수천명의 피해자를 양산시켜 실형을 받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경우 페이퍼컴퍼니, 차명회사 등을 차려 리앤장(100억, 2.45%), 고월(60억, 1.47%), 미래저축(46억, 1.13%)이 투자해 사실상 주요주주(5.05%)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그러나 방통위 심사기준안에 따르면 △신청법인 및 주요주주의 적정성 및 건전성의 경우 겨우 60점에 불과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방통위는 지금까지 드러난 종편의 주주구성뿐만 아니라 2~3년이 지난 현재의 종편사업자들의 주주구성까지 포함해 면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승인취소’를 포함한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하며, 재승인 과정에서는 주요주주가 아니더라도 1% 내지 10억 이상 투자한 주주도 검토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

공정성, 객관성 담보 위해 ‘계량 항목’ 최대화 해야

방통위의 연구반이 제시한 ‘재승인 심사 대항목 및 평가지표’을 보면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 재정 및 기술적 능력(계량, 비계량)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비계량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상파의 경우 ‘승인 조건 이행여부’가 계량항목이지만, 이마저도 종편의 경우 비계량 항목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비계량 평가는 심사위원들의 정치성향에 따라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사의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지난 2010년 종편 승인 당시 심사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가 바로 총 18개 항목 가운데 11개 항목에서 조중동이 모두 3위안에 들었기 때문이며, 이 모든 항목이 비계량이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방통위는 이번 재승인 과정에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비계량 항목을 최소화하고, 계량화를 최대화해야 한다.

   
▲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을 '종북세력 5인방'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이희완 사무처장은 지난 6월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채널A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벌였다.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심의위원회 재제 결과 재승인 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해야

방통위가 내놓은 안은 심의위원회의 시정명령 횟수와 불이행 항목은 ‘독립적인 항목’도 아닐뿐더러 겨우 ‘감점’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조중동 종편이 여론다양성은커녕 막장·막말방송, 5.18 역사왜곡, 편파왜곡보도, 그리고 정권과 특정세력의 대변자 역할만 수행해 왔다는 점, 나아가 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재제를 수차례 받았으나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비추어 봤을 때 재승인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심의위원회의 재제결과를 주요항목으로 선정하고, 비중도 높여야 한다. 이는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품위 등을 회복시키는 차원이기도 한다.

이밖에도 △승인시의 승인조건 이행여부(60점)의 점수를 늘리고, 평가방식을 단순히 서류 ‘제출’ 등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심사가 되도록 수정하고 △시청자의 권익 보호 및 방송의 공적책임 강화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한 심사위원회 구성 △재승인 결과 공개 등의 조처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무전송, 황금채널, 직접광고영업, 방발금 유예 등의 특혜도 회수해야 한다.

이번에도 방통위가 또다시 책임을 방기하고, 각종 의혹을 눈감아 주는 방향으로 재승인 심사를 한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방통위를 없애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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