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가 종합편성채널 4사의 승인조건 이행실적에 대해 ‘봐주기’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종편 사업자는 승인심사 당시 사업계획으로 제출한 내용 중 일부를 누락해 보고했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지만 방통위는 긍정 평가한 것.

13일 방통위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에 제출한 ‘2012년도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이행실적’ 요약표와 본문을 분석한 결과, 방통위가 “전반적으로 성실하게 이행했다”고 평가한 종편 4사의 △지역균형 발전방안 △소수시청자 지원방안 △콘텐츠 공정거래 정착방안 △유료방송시장 활성화 방안 이행실적 또한 ‘불성실’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편4사 이행실적 본문 모음.
이치열 기자 truth710@
 
JTBC는 <지역방송 콘텐츠 유료 활성화> 과제 9개 중 3개를 ‘추진 예정’이거나 ‘미시행’으로 보고했다. JTBC는 사업계획서에 지역 언론사와 지역뉴스를 공동으로 취재, 제작하겠다고 밝혔으나 건수는 256건, 이마저도 시민기자단 리포트를 더한 값이다. 지역 소재 콘텐츠를 4건 편성 계획은 고작 1건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PD·기자의 지역 파견 계획도 ‘파견 예정’으로 돼 있다.

JTBC의 <소수 시청자 지원방안>에서도 미이행 계획이 있다. 우선 시청자의회를 구성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음성을 통한 시청등급 고지제도’와 ‘상세 시청 가이드 동시 고지’를 약속했지만 2012년 이행하지 않았다. ‘장애인 미디어 교육’ 사업은 ‘검토 예정’으로 돼 있다. JTBC는 <콘텐츠 공정거래 정착방안> 중 수익배분 방법으로 실제 제작비 투자지분에 따른 저작권 분배 원칙을 제시했지만 “실제 해당 사례가 없어 수익 배분하지 못함”이라고 보고했다.

MBN은 종편 4사 중 이행실적을 가장 빼곡하게 기록했다. MBN은 <방송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방안>으로 7개의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행한 것은 3개뿐이다. 특히 MBN은 ‘지역 밀착형 방송프로그램 편성’ 과제 셋 중 둘을 ‘협의 중’으로 보고했다.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9.0% 편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편성비율은 6.2%다.

MBN은 <소수 시청자 지원방안>으로 청소년, 시청자 의견 수렴을 위해 시청자보호위원회 산하에 자문기구를 운영하겠다고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MBN은 사내 인사만으로 구성된 시청자보호위원회에서 함께 운용한다고 보고했다. 이밖에도 시청자 조사, 장애인 모니터 요원 참여 보장은 각각 준비 중, 검토 중으로 보고했다. <유료방송 활성화 기여 방안> 사업계획 23개 중 9개가 추진, 검토, 준비, 계획 중으로 보고돼 있다.

채널A는 <방송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방안>으로 △지방 프로덕션의 지역방송 콘텐츠 유통 △지역 밀착형 방송 콘텐츠 공모전 개최 △한국지방신문협회 합작 프로그램 제작 및 유통 등 3가지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채널A는 대구MBC와 춘천MBC의 다큐멘터리를 각각 한 편씩 구매했다. 채널A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외주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방영한 ‘총각네 야채가게’를 실적으로 들었다. 채널A는 공모전을 “올해(2013년) 안에 개최하겠다”고 보고했다.

TV조선은 사업계획서에 적은 계획을 누락해 보고했다. TV조선은 주요 선거 후 선거방송백서를 만들어 사내외 공개한다고 밝혔으나 이행실적 본문에는 이 계획과 이행실적을 뺐다. TV조선의 전체 성적은 종편 4사 중 최하위다. TV조선은 2012년 367명을 고용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는 230명이다. 콘텐츠에 159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606억8500만 원에 불과했다. 재방송 시간을 전체 방송시간의 26.8%로 계획했으나 실제 재방 비율은 56.2%다.

   
종편 TV조선 이행실적 본문
이치열 기자 truth710@
 

TV조선은 이행실적 본문에 방통위가 사업자를 과다 선정하는 탓에 콘텐츠 투자가 저조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TV조선은 “사업계획서 제출 당시 2012년도까지 광고수익 2200억 원 이상을 예상하고 외주업체에 총 직접 제작비(1590억 원)의 73%에 해당하는 규모를 투자하는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그러나 종편사업자 4개 선정, 광고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광고수익이 계획의 25% 수준에 그침”이라고 보고했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방통위가 겉으로는 시정명령을 내리면서도 뒤로는 봐주기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종편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줄이면서 종편에 재승인 학습기간을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진봉 교수는 이어 “방통위가 부실심사로 직무를 유기했고, 종편의 이행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종편의 이행실적은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라며 “종편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턱걸이도 어렵다’는 건데 방통위는 ‘조건부 승인’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혜선 총장은 이어 “방통위가 진행한 이행실적 평가는 50% 수준의 재방비율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숫자만 대입한 평가”라며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이행실적 평가에는 외부 전문가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언급을 꺼렸다. 지난 5월 방통위는 외부 전문가를 구성해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6월 법률 자문도 거쳤다. 주무부서인 방송지원정책과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그렇게 평가를 한 것인데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한편 방통위에 따르면 종편 4사는 지난 1월 31일 방통위에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제출했고, 지난 3월 18일 보정자료를 제출했다. 그런데 TV조선의 이행실적 본문과 요약표는 ‘2013년 3월’ 제출된 것으로 적혀 있다. 채널A 이행실적 제출은 3월 15일이고, MBN 보고서에는 제출일이 없다. JTBC 보고서에는 2013년 1월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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