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드나들던 진주의료원 출입문이 결국 봉쇄됐다. 박근혜 정부 공공의료 정책의 시금석으로 평가돼 온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았다. 폐업 조치다. 병원에는 경찰병력 280여 명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환자 3명과 소수의 의료진만 남았다.

지난 2월 경상남도가 폐업 방침을 발표하고 93일 만이다. 도와 의료원 측은 그동안 강성노조, 귀족노조를 비난하며 ‘적자 때문에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박범권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2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279억 원의 누적적자와 매년 70억 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세금이 강성·귀족노조원들의 초법적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며 폐업을 선언했다.

폐업됐지만 ‘폐원’은 아니다. 경남도의회 야권의원들의 모임인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인 석영철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례가 통과되지 않으면 진주의료원은 폐원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료업을 중단한 것이지 의료원이 폐원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는 검사 시절부터 타협하지 않았다면서 폐원 조치를 강행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환자도 대부분 병원을 떠났다. 경찰이 투입됐고 출입은 불가능하다. 모든 상황이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에 대해 석영철 의원은 “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조례 강행으로 폐원시킬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석영철 의원은 “결국 도민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엇갈린다. 통합진보당 조사에는 폐업 반대 응답율은 54.9%로 찬성 31.7%보다 높았다. 경남도 조사에서 찬성이 41.3%로 반대 37.5%보다 높았던 것과 비교된다. 이를 두고 석 의원은 “폐업 전에도 (폐업 강행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는데 폐업한 뒤에는 더 안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석영철 의원은 “구체적 대안 없이 폐원하는 것은 공공성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례 통과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료의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할지, 홍준표 지사가 먼저 내놓고 도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명분도 쌓지 않고 폐원을 밀어붙인다면 (도민의 여론 등) 큰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상도와 노조의 협상과정에 미진한 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차장보자는 얘기를 해왔는데 경남도가 기술적으로 이런 것을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다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경남도가 도의원, 전문가들과 사회적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주의료원에 관한 통합진보당과 경남도의 설문조사 문항은 크게 비교된다. 두 조사의 첫 문항은 이렇게 시작된다. 진보당은 “홍준표 지사는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반면 경남도는 이렇게 물었다. “경남도는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에 대한 폐업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노조는 공공의료 포기라며 폐업에 반대하고 있지만, 경남도는 강성노조의 지나친 경영 간섭과 구조개혁 거부로 인해 이미 공공성을 상실한 진주의료원에 더 이상 도민의 세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귀하께서는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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