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미 기간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11일 오전 10시 반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의혹은 크게 세 가지, 술자리에서 여성을 성추행했느냐 술 자리 이후 자신의 방으로 여성을 불렀느냐, 왜 윗선에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고 급히 귀국했느냐 였다. 
 
먼저 윤 전 대변인은 술자리 성추행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술자리를 갖게 된 경위에 대해 여성 인턴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인턴을 몇 번이나 질책했는데, 그게 미안해서 술을 먹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혼을 낸 다음 차를 타고 오다가 교포학생인데, 나이도 내 딸과 같은 나이인데 너무 심한 것 같았다며 자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날이 워싱턴에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자신이 술을 한 잔 사게 됐다고 밝혔다.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10시반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은 없었다며 “내 테이블 맞은편에 가이드(여성 인턴)가 앉았고, 오른편에 운전기사가 앉았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성추행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나오면서 그 여자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했다”며 “돌이켜보건대 미국의 문화를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여성에게 마지막 자리에서 위로와 격려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 잘못이라면 깊이 반성하고 위로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여성 인턴과 윤 전 대변인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윤 전 대변인은 술자리 이후 호텔 방으로 여성을 불렀다는 의혹 역시 전면 부인했다. 그는 "기자들이 78명이 있고 청와대 실무수행원들이 있고 워싱턴 주재 한국문화원 직원들이 있는 그 호텔에 머물고 있는 제가 가이드를 방으로 불렀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속옷차림으로 인턴여성과 호텔방 문 앞뒤에서 얼굴을 서로 마주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 제가 일어나서 노크소리를 듣고, 긴급하게 브리핑 해야 하는 자료를 가져다주는구나 생각해서 문을 였었다. 제 가이드가 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누구세요하며, 문을 열었는데, 인턴이 그기에 있었다. 여기 '왜왔어 빨리가'라고 말했다. 그 가이드가 내 방에 들어온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윤 대변인이 밝힌 이 내용은 듣기에 따라서 오히려 여성인턴이 스스로 자신의 방을 찾아왔다는 식의 내용으로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으로 해석돼 해당 여성과 상당한 진실 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윤 전 대변인은 “가이드를 방으로 들였다는 보도가 쏟아지는데 나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가이드의 직접적인 말도 듣지 않은 채 언론이 무차별 보도를 하고 있다. 법적 대응을 강구 하겠다”고 밝혔다. 방으로 올라오지 않아 여성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제가 가지고 있는 도덕성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저는 그런 인간 아닙니다”라며 CCTV를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추행 의혹이 드러나 급히 ‘야반도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이남기 홍보수석이 자신에게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해도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라”고 말을 해서 귀국한 것이라고 밝혔다. 야반도주가 아니라 직책상 상관인 홍보수석의 지시를 받아 귀국했다는 것이다. 또한 가방도 못 챙기기도 도망 나왔다는 것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처가 아프다는 거짓말을 하고 귀국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를 받아 귀국했다는 그의 해명은 ‘청와대 책임설’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성추행 의혹이 터지자 급히 윤 전 대변인을 귀국시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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