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국노래자랑>의 주연배우인 류현경이 최근 구설수에 올랐다. 연예인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다반사다. 하지만 이 여배우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언론과의 관계 때문이다. TV리포트가 류현경에 대해 자사 특정 기자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문제제기’ 하면서 논란은 불거졌다. 
 
언론들에 따르면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자인 이경규, 이종필 감독, 배우 김인권과 류현경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익준 감독, 가수 장기하 등 류현경의 열애설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류현경은 부인했다. 하지만 일간스포츠, 아시아경제, TV리포트가 열애설 해명을 기사화하자 류현경의 소속사인 프레인 TPC(프레인) 측은 장기하와 관련된 열애설 기사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단은 그 뒤 이뤄진 TV리포트와의 라운드인터뷰에서 발생했다. 프레인 측은 열애설 해명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러자 TV리포트는 26일자 온라인 기사 <류현경, '전국노래자랑' 인터뷰 보이콧 논란…왜?>에서 “배우 류현경(30)이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전국노래자랑'(이종필 감독, 인앤인픽쳐스 제작)의 홍보 인터뷰를 보이콧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따르면 프레인TPC 관계자는 이날 오전 TV리포트에 "열애설 기사로 류현경 본인 스스로 굉장히 마음이 상했다. 당시 기사를 쓴 기자와의 인터뷰는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TV리포트는 이어 “이는 현재 영화홍보를 위해 어떤 예능 프로그램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 중인 제작자 이경규와 주연 김인권과는 상반된 행보라 주목할 만하다. 때문에 영화계에선 류현경의 어이없는 인터뷰 보이콧 행보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배우 류현경
ⓒCBS노컷뉴스
 
프레인 측의 인터뷰 거절은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프레인 관계자는 29일 통화에서 “열애설과 같은 껄끄러운 기사를 쓴 기자와 인터뷰하는 게 민감할 수 있다고 판단돼 TV리포트의 다른 기자가 인터뷰해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일 오기로 한 기자가 일정이 생겼다며 열애설 해명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인터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기자가 오면 안 되느냐’고 물어본 건데, 해당 기자 입장에서는 기분 상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  
 
문제는 그 뒤에도 류현경에 관한 ‘비난성’ 기사가 연달아 나갔다는 것이다. TV리포트가 26일<"홍보팀도 괴롭다?" 류현경 기사보이콧 논란 이번이 처음아냐>을 내보냈고, 15일 미디어데이 당시 류현경의 비속어(<류현경 "장기하, 그 병X과 왜 사귀나?" 부적절한 언행 논란>)를 뒤늦게 기사화했다. 류현경의 영화 홍보 및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출연 태도도 비난했다. <류현경 보이콧 vs 이경규 열혈홍보 '극과극' 자세 주목>, <"우X, 이X"…'런닝맨' 류현경 이렇게 과격해도 되나> 등 4개의 관련기사를 작성했다. 
 
다른 언론들도 TV리포트의 ‘류현경 비난’에 동참했다. 아시아경제 <류현경 보이콧 ‘시끌’, 감 놔라 배 놔라?>, 스포츠서울 <류현경, 나홀로 보이콧 "싫으면 안해">, 뉴스1 <류현경 "해명해도 열애설 낸 기자 보이콧">, 조선일보 <류현경, 인터뷰 보이콧 논란…왜?> 등이다. 특히 아시아경제는 “사실 관계를 떠나서 본인이 원치 않는 기사를 쓰는 기자와는 인터뷰조차 보이콧하겠다는 배우의 태도에 대해 업계는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 류현경에 대한 기사를 내보낸 TV리포트(홈페이지 캡쳐)
 
   
▲ 류현경 인터뷰 논란을 기사화한 언론들(네이버 캡쳐)
 
한 연예매체 기자는 TV리포트의 태도를 “감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이 기자는 “인터뷰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양자간 감정이 쌓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기사를 보복 방식으로 이용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 기자는 연예인이 특정 매체 기자와의 인터뷰를 거절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를 가리는 배우는 처음 본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것은 큰 실례”라고 했다. 하지만 “프레인 측이 정말 특정 기자를 향해 인터뷰를 거절했다면 그건 매니지먼트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TV리포트가 류현경에 대한 보복성 기사를 작성하는 것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TV리포트와 ‘동맹’을 형성한 언론에 대해서도 “이번 사안을 받아쓰기 하는 매체가 너무 많은데 ‘미디어데이’ 때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기자들이 관련 사실을 확인도 안한 채 논란 기사를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화평론가 최광희씨는 “취재 거부는 개인의 자유이므로 매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충분히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언론들이 이에 앙심을 품고 보복성 기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누구나 특정 매체에 대해 취재 거부할 수 있는데 연예인에 대해서는 사회적 역차별 심리가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일은 열애설 등등 사실관계를 떠나 우리 사회가 연예인을 바라보는 태도, 연예인과 매체 간의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씁쓸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인 관계자는 “이번 일로 류현경 본인도 많이 힘들어한다. 일이 일파만파 커지고, 악의적인 기사가 쏟아지다보니 영화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열애설 등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쏟아내는 매체에 대해서도 “심증만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다보니 억측이 난무하고 소속사 입장에서도 해명할 필요가 없는데도 해명해야 한다”며 “업계에서 동료의식을 가지고 일한다면 기본적인 선은 지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TV리포트 관계자는 이런 논란에 대해 “열애설 해명 기사가 없는 내용을 지어서 보도한 것도 아닌데, 이의를 제기하고 보도한 기자와는 인터뷰 못하겠다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복성 기사를 내보낸 것 아니냐’고 묻자 “비대화된 연예기획사가 오히려 매체에 압력을 가하지, 매체가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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