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 YTN 사장의 평일 우중 골프 사실을 보도한 이른바 ‘황제골프’ 기사와 YTN노조의 비판 성명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비판을 사명으로 삼는 언론사가 외부 비판에 대해서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YTN노조(위원장 김종욱)는 10일 성명을 내어 “두 판결의 공통 핵심은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한 공익 목적의 정당한 보도와 지적임을 명확히 인정한 것”이라며 “사측과 검찰이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공소장까지 바꿔가며 기소했지만 법원은 적어도 상식의 판단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송동진 판사는 지난 9일 ‘황제골프’ 보도로 정보통신망법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징역 8개월을 구형받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동진 판사는 “대법원 판례는 형사상 명예훼손의 경우 일부 명예훼손으로 공격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면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헤드라인 선택이 부적절한 면이 인정되지만 형사상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한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언론에 보도된 기사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도 대상이 공인이고, 공적 사안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이라며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된 기사에 대해 검찰이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이번 사안의 경우 공인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판한 것”이라며 “법원에서 일부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공익적 보도의 경우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비방하기 위한 목적이 명백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서정현 판사도 ‘황제골프’ 기사를 인용해 배석규 사장 비판 성명을 노조 게시판에 올렸다는 이유로 마찬가지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종욱 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 판사는 특히 배 사장을 공적 인물로 인정하면서 “김 위원장이 이 사건 글들을 게재하게 된 데에는 배석규 사장이 자초한 면도 적지 않다”며 “배석규 사장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비판 이사 표명을 수인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YTN노조는 YTN과 일부 간부들의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잇단 소송에 대해 “적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질러놓으면 상대방이 시달리다 못해 주저앉을 것이라는 못된 심보”라며 “YTN은 소송의 천국으로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석규 사장과 일부 간부들은 YTN 불법사찰 당사자와의 연루 의혹을 보도한 기자 6명을 형사고소하고 언론사 5곳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YTN 노조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인 문건을 제시하면서도 보도자료 어디에도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노조 기자회견을 인용 보도한 언론인들에게까지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혁 변호사는 “언론사는 자기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3자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 사명”이라며 “YTN도 비판적 보도를 해온 것 아닌가. 다른 매체의 비판에 대해 폭넓게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1월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황제골프’와 관련된 세 번째 명예훼손 사건인 우장균 전 한국기자협회장(YTN 해직기자)에 대한 판결이 나온다. 이 재판은 애초 11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재판부가 선고공판 일정을 연기했다. 우 전 회장은 ‘황제골프’ 기사가 보도된 후 회사측이 “접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간 것”이라며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광고국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조합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대해 YTN 간부는 우 전 회장을 상대로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아닌 사실로 밝혀져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이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을 내렸다.

우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소송 과정에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한한다며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법원에서 기각했다. 우 전 회장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하는 것은 언론인에 대한 겁주기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PD수첩이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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