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배석규 YTN 사장의 광고대행사 사장과의 우중(雨中)골프, 이른바 ‘황제골프’ 기사를 작성한 미디어오늘 기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3단독 송동진 판사는 9일 오전 선고 공판을 열어 ‘황제골프’ 보도로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징역 8개월을 구형 받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동진 판사는 “(사건) 기록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피고인의 기사는 취재내용을 상세하게 적시했으나 피해자가 영향력을 행사해서 부당하게 접대를 받은 것처럼 헤드라인(제목)을 작성한 것은 인정되는 사실”이라면서도 “대법원 판례는 형사상 명예훼손의 경우 일부 명예훼손으로 공격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면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점을 비춰 보건데 헤드라인 선택이 부적절한 면이 인정되지만 형사상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송 판사는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송 판사는 기사 제목에 대해 “피고인이 본문을 전달하는 목적과 비교했을 때 (헤드라인에 대해) 부수적·독립적 책임이 발생한다”며 “선고를 연기하고 검토하는 등 재판부가 고민하고 심사숙고했다”고 설명했다. 송 판사는 앞서 두 차례 선고공판을 연기한 끝에 9일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따라 ‘황제골프’와 관련된 3건의 소송 중 2건이 모두 무죄로 결론났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서정현 판사는 YTN노조 홈페이지에 미디어오늘 보도를 인용해 황제골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김종욱 YTN노조 위원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무죄로 확정됐다.

오는 11일에는 황제골프 관련 비판 글을 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YTN 간부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우장균 전 한국기자협회장(YTN 해직기자)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다.

조현호 미디어오늘 기자는 지난해 7월 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번 사건은 기자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의 제목을 이유로 검찰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구형해 유죄 판결이 났을 경우 언론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됐다.

조현호 기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공인의 명예보다 공인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이라는 공익성을 더 중시해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을 존중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다만 기사제목의 특정 표현을 문제 삼아 부적절하다고까지 지적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은 “요즘 낙하산에 장악된 언론사나 검찰이 소송과 막무가내식 기소·구형으로 언론이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쓴 정당한 문제제기까지 재갈을 물리려 했다”며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법원이 상식적인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동일 건에 대한 잇단 무죄 판결이 나왔으므로 검찰도 더 이상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무차별적인 수사를 벌이는 관행을 고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며 “낙하산에 장악된 언론사 역시 내부 문제에 대한 외부 언론기관의 지적에 대해 소송을 남발하는 관행을 돌아보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기존 판결(2010도10864 등)에서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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