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28.8%, 인구로 따지면 800만 명이 몰려있는 자영업의 현실을 ‘대란’이란 말로 설명한 지는 꽤 오래됐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한 후 먹고살기 위해 뛰어든 수많은 치킨가게, 피자가게, 카페는 그럭저럭이나마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일용할 양식을 주지 못한다. 자영업자 10중 2명만이 4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빚내서 창업하고, 창업하다 빚을 지는 악순환만 반복되는 셈이다.

대형마트의 무자비한 골목시장 침투와 프랜차이즈의 ‘배 째라식’ 횡포에 결국 스스로 셔터 문을 내리는 골목사장님들의 현실과 대안을 짚은 <골목사장 분투기>의 저자 강도현 씨는 이 사태의 심각성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800만 자영업자 가운데 망하는 비율이 70%를 넘는다”며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현상이 너무나 많이 반복되다보니 ‘그 정도 리스크는 감당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냐’며 이 문제에 대해 둔감해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망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월 150만 원밖에 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 역시 소셜 카페 ‘카페바인’을 운영하며 ‘자영업 대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강씨는 “자영업을 보통 40~50대 가정을 이끄는 사람들이 하는데 그들이 이정도 번다고 한다면 망한 거라고 봐야 한다”며 “이들까지 다 합치면 자영업자 중 80%가 망한 셈”이라고 말했다. 640만 명이 이미 쓰러졌거나 쓰러지기 일보 직전, 그들에게 딸린 가족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두세 배로 늘어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자영업 대란의 원인은 크게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과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싼 임대료와 권리금이다. 잘나가는 홍대 상권에 있는 ‘카페베네’의 권리금이 3~4억 원이다. 임대료는 월 2500~3000만 원이다. 고정비용만 어마어마하게 드는 셈. 

우선 수요를 훨씬 앞지른 공급의 문제를 살펴보자. 하지만 자영업자 수를 조절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자영업 문제의 그늘엔 고용을 멈춘 자본의 문제가 드리워져 있다. 강씨는 “자영업자 수가 늘어났다는 말에 함축된 의미는 자본이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자영업 대책이라고 하는 말에는 어패가 있다. 자영업에 국한된 대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고용을 중단한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자영업 대란의 답이 보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용산참사를 낳은 권리금은 유명무실한 법제도의 문제다. 강씨의 설명에 따르면 권리금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유는 약자임에도 보장받을 수 있는 임차인의 권리가 너무나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5년의 임차 기간, 즉 세입자들이 5년 동안은 마음 놓고 영업할 수 있는 기간을 5년으로 줬지만 실제로는 2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집주인들이 나가라고 하면 2년 동안 투자한 비용을 회수했건 말건 눈물을 머금고 나가야 한다.

강씨는 “세입자들이 장사하는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 보니 손실을 회수하기 위해 권리금이 생겼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결국 임차권이 강화돼야 이 문제가 풀린다”고 강조했다.  

권리금의 문제점은 꽤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강씨는 “우리 사회에 용산참사라는 큰 돌멩이가 던져졌음에도 권리금에 대한 합의는 둘째 치고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다”며 “용산참사도 권리금의 프레임으로 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언론의 시각이 ‘시공사 나쁜 놈들’, 혹은 ‘합법인데 왜 그러나’는 두 가지로 나눠졌을 뿐 권리금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강씨는 “대부분은 권리금을 시장의 한 형태 혹은 관행으로 보지만 나는 자영업 시장의 붕괴를 가져오는, 밑바닥에서부터 움직인 악질적인 요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치솟는 임대료 역시 자영업자들을 절망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울 강남의 임대료는 연봉 5000만원을 받아도 가난한 직장인 축에 속한다는 뉴욕 맨해튼의 그것과 맞먹는다. 중요한 건 맨해튼의 임대료도 10년 단위로 오르는데 우리는 2년마다 오른다는 점이다.

강씨는 “아마도 미국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이런 조건을 달아야 계약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공급자가 이런 조건을 붙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우리는 상황이 좋지 않아도 땅값과 임대료가 오른다. 갈 곳 없는 자영업자들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맨해튼은 그나마 시장 메커니즘이 돌아가는데 우리나라는 아예 무너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이라고 덧붙였다.

이게 다가 아니다. ‘통큰치킨’으로 대표되는 대형마트의 위협은 물론이고 프랜차이즈의 횡포 역시 만만치 않다. 편의점을 예로 들어보자. 월 1000만 원 수입 보장이라는 화끈한 문구는 잠시일 뿐, 임대료, 인건비, 운영비에다가 본사에 이익을 빼주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다. 장사를 접을라치면 본사에서 댄 시설비와 인테리어 비용, 위약금 등 수천에서 수억 원을 본사에 갖다 바쳐야 한다.

여기저기서 치이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역설적으로 ‘알바 임금’에서 발견됐다. 흔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거나 그마저도 밀리는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을 혹사시키는 사람은 다른 아닌 편의점 사장님, 자영업자들이라고 인식한다다. 그들은 정말 악덕 사장일까?.

강씨는 “청년유니온이 편의점 알바생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다닐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우리 사장님 힘들다, 체불 이해한다’였다고 한다”며 “엄밀히 말해 임금도 못 주는 회사는 망해야 하지만 자영업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환원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자영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자영업자들의 처지는 기업 사장들을 물론이고 일반 노동자들보다도 못하다는 것이 강씨의 진단이다. 그는 “기업주는 유한 책임이지만 자신의 종자돈으로 시작하는 자영업자들은 그 자신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망하면 정말 끝”이라며 “노동자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져 있다”고 바라봤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방안은 ‘정부의 개입’이다. 시장이 실패했으니 당연한 조치라는 것. 

“대선 때마다 대기업 쏠림 현상, 중소기업 회피현상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4대강에 돈을 쏟아 부었지 않나. 중소기업에 10조, 15조를 쏟아 부었으면 얼마나 많은 고용이 유발됐겠나. 이런 문제들이 풀렸으면 자영업 문제도 해결했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복지 제도가 가장 시급하게 선결돼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 제도를 손봐야 한다. 또한 초기 자본을 저리로 대출해주고 국가가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용을 늘이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부동산 임대료를 시장 상황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조정해야 한다.”
 
이런 제도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강씨의 생각이다. 그는 “이미 자영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우선 버티자’는 말을 하고 싶다”며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 이슈다.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면 ‘기득권층이 양보하겠느냐’는 반응하지만 그럼 민주주의는 왜 하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므로 자영업자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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