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유신독재에 항거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 장준하 선생의 타살 정황이 나오면서, ‘장준하’가 대선을 앞두고 정치쟁점화 되고 있다. 새누리당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민주통합당이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장준하 타살 의혹 규명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 자체가 박 전 대통령의 딸인데다, 유신시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온 만큼 박정희 독재시절에 대한 정치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최근 5·16 쿠데타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등 과거사 인식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통합당은 16일 ‘의문사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겠다는 태세다. 우원식 대변인은 16일 “이제라도 박정희 유신정권의 중앙정보부 등 국가기관의 개입을 밝혀내고 책임자들의 분명한 사과와 국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도 17일 11시 파주 장준하 공원을 찾았다. 이 대표는 앞서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에서 “사망원인에 관해서 분명히 규명이 있어야 될 것 같다”며 “당에서도 고 장준하 선생 사망원인에 관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역점을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잘못되어 가는 역사 앞에 침묵하는 우리를 일깨우기 위해 장 선생 영령이 증거를 드러낸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는 권력을 탐하기 전에 5.16과 유신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대권주자들의 공세도 이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그분을 잃었는지 꼭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고, 손학규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타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 후보는 즉각 석고대죄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는 “정치적 타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정세균 후보는 “친일파 박정희에 의해 독립군 장준하가 타살되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준영 후보도 “진실을 낱낱이 가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세는 박 후보가 새누리당 공식 대권주자가 되면 한층 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월 유신일과 박정희 대통령 서거 등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정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야권의 정치공세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정권 시절 최대 라이벌 관계로 평가됐던 고 장준하 선생이, 새누리당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발목을 잡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