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책을 내고 SBS <힐링캠프>에 나오자 그에 대한 지지율은 다시 치솟고 있다. 그 결과 박근혜 대세론은 다시 한 번 흔들렸고, 민주당의 컷오프 경선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안철수에 대한 지지 상승이 아닐 수 없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안철수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고, 그럼으로써 그의 지위는 하루아침에 대선주자 급으로 격상되었다. 그리고 당시에도 그의 부상은 부동의 박근혜 대세론을 꺽었다. 그 때에 이어 이 번에도 다시 한 번 안철수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것이다.

대선 출마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행위만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꺽을 만큼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안철수 교수의 이 같은 부상은 그야말로 안철수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현상이란 말 이외에 다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태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 같은 현상은 왜 만들어지고 있나? 첫째는 끝 모를  경제 위기와 극복될 것 같지 않은 사회적 양극화의 상황이 만들어내고 있는 깊은 불안감 때문인 듯하다. 즉 일부 기득권층을 빼놓고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안정적인 삶과 미래를 전망하기 어려운 그 불안감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것 같은 정치적 메시아주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다. 기득권층의 이해에서 벗어날 것 같지 않은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 수많은 언질과 약속에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내부 싸움으로 시종하는 통합진보당 등에 대한 실망이 그것이다. 개인들의 삶이 벼랑으로 몰리는 가운데 국민들은 기존의 정치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니, 정치권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이 곧 안철수의 대통령 자질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말해,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것이 그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안철수 현상과는 별개로, 그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마 그 점은 지지자들도 모르며, 어쩌면 본인 자신조차도 모를지도 모른다.  

따라서 안철수 현상이 다시 도래하고 있는 지금, 그리고 12월 대선이 몇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우리가 새삼 확인해야 할 것은 안철수 현상이 아니라 과연 그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그가 살아왔던 궤적을 살펴보았을 때, 나는 안철수가 개인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속한 정당도 없고, 정치인 경험도 없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현재  진퇴의 기로에 서 있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나는 잘 모른다. 그것은 몇 달 만에 만들어진 책 한 권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그가 미래의 비전과 정책을 소상히 밝히고 그것을 치열하게 검증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나는 안철수가 진정 대선에 출마하고자 한다면 국민들에게 그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안철수 현상의 인기에만 의존하여 그 출마 선언을 계속 늦추고, 그 결과 국민들에게 그 검증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자 정치공학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그가 대선에 나가고자 한다면 이제 그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몇 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안철수 현상이 아니라 안철수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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