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발언에 대해 그동안 과학적 검증을 통해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던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가 사실과 다른 왜곡발언일 뿐 아니라 17세기식 종교재판이라고 정면 비판해 주목된다.

서 교수와 이 교수는 14일자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라디오연설에서 한 천안함 사건 발언에 대해 두 번이나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당시 △“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고 △“이들(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두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 책임을 부인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두 교수는 “합조단 보고서에는 수중폭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뢰와 천안함을 인과관계로 연결지어주는 핵심적 물증으로 제시된 데이터는 조작됐다”고 지적했다.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왔다는 ‘흡착물’은 합조단의 주장과 같이 알루미늄 산화물일 것이고, 에너지분광기로 분석할 때 알루미늄과 산소 피크의 비율이 1:0.25 정도로 나와야 하지만, 합조단 보고서에 실려 있는 그래프에서 이 비율은 1:0.9로 돼 있다는 것.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데이터가 만들어진 것으로 조작 이외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다고 두 교수는 질타했다.

또한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양판석 박사와 안동대의 정기영 교수가 천안함 함체와 어뢰 파편에서 채취한 ‘흡착물’을 분석한 결과, 이 물질이 폭발로 생성될 수 없는 저온에서 서서히 생긴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인 침전물질인 것으로 밝혀진 점에 대해 서재정·이승헌 교수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폭발’이 없었음을 입증한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러한 ‘과학적 증거’에 정반대되는 ‘폭침론’만을 우기며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주장을 반복하는 종북세력이 있다는 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서재정 교수 등은 “두번째 사실 왜곡”이라며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무수한 의혹이 제기됐던 것은 한국 사회 내에서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건 직후인 2010년 3월 말부터 많은 누리꾼과 언론 및 전문가들이 ‘어뢰폭발설’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의혹들을 제기했다”며 “한국 사회가 지닌 건강한 자정능력의 표출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조사단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합조단이 중간보고서를 발표한 2010년 5월 20일에서야 북한 국방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성명을 내어 “모략극, 날조극”이라며 “검열단을 파견하겠다”까지 했다. 그러다 그해 11월 2일 ‘진상공개장’을 통해 천안함 관련 입장을 좀더 구체적으로 소명했다. 합조단의 최종보고서가 발표(9월 13일)된지 두달이나 지났지만, 북한의 주장은 그동안 한국 언론에서 제기됐던 의혹을 재탕하는 수준으로, 많은 부분 한국에서 제기된 문제를 재활용하거나 베끼기까지 했다.

두 교수는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부정하고 사실의 앞뒤 관계를 뒤집어 놓는 왜곡을 일삼고 있다”며 “이러한 왜곡의 정점이 ‘종북세력’이라는 색깔론”이라고 성토했다.

서재정·이승헌 교수는 “과학을 부정하고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과학과 합리적 이성에 빨간색 칠을 하는 중세 유럽식 종교재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갈릴레오를 처단하고 이단시한 17세기 유럽을 21세기 한국이 뒤쫓아 가는, 무려 4세기를 퇴보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한국 사회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언제 회복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