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북한도 문제지만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북한도 미얀마와 중국, 베트남처럼 개혁과 개방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북한이 아웅산 테러와 천안함 폭침을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우리 국민 일부가 이에 동조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종북세력’이란 단어를 직접 쓰면서 북한 추종 세력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17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지난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당시 자신들의 소행이 밝혀졌지만 우리에게 탓을 돌렸다면서, 미얀마 정부는 물론 UN도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공식 발표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도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지만,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 주장을 이어갔다고 지적, 거짓말을 거듭하는 북한도 문제지만 이런 북한의 주장을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이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원책 변호사가 지난 26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들에 대해 "김정일-김정은 'X새끼냐'란 질문에 'X새끼'라고 하면 종북세력 아니다. 만약 대답을 못하고 피한다면 종북세력"이라고 강변한 뒤 나왔다.

전 변호사는 당시 사회자가 "방송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제지하자, 그는 "그럼 김정일과 김정은이 X새끼지, 아닌가? 이게 왜 방송용으로 부적절한가?"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전원책 변호사가 ‘종북 세력’을 반 남한, 친북 세력으로 낙인찍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향후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들은 ‘종북 세력’의 개념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해 이념논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파괴적인 발언은 방송이라는 공적인 상황에서,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개념을 중심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히 국내에는 국가보안법 등 각종 실정법이 존재하면서 북에 대한 상상과 비적대적 접근을 단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런 법규에 저촉되는지 여부도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세력을 암묵적으로 지칭해 반체제 세력으로 규정해 적대시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취했다. 이는 민주주의 기반을 파괴하는 지극히 위험한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두 사람의 발언은 최근 진보당 내분이후 수구 언론의 집중적인 매카시 공세가 펼쳐지면서 나온 것이다. 수구언론의 근거 없는 ‘카더라 식’의 헐뜯기 기사 남발은 몇 가지 노림수가 담겨 있다. 즉 지난 총선에서 위력을 발한 야권 연합을 12월 대선에서 저지하고,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심각한 불법 부패 행각을 이념공세로 물타기 하려는 시도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이 사회를 이념 대결장으로 만들어 공안정국을 심화시켜 부당이득을 취하겠다는 노림수다.

진보당 내부 일부 세력의 대국적 차원을 외면한 배타적 태도 속에서 수구세력의 진보에 대한 무차별적 공세는 국민을 심각하게 분열시키고 있다. 수구 진영의 이런 태도는 주체적으로 정치적 수준을 향상시켜 정권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겠다는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이마에 불도장을 찍는 식의 파괴적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하겠다는 천박한 삼류 정치 술수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국내 정치를 뒷걸음치게 하고 대외적 역량을 약화시키면서 결국 평화통일을 멀리하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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