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난 2010년 11월, 일본 시마네현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의심되는 닭이 발견됐다. 그러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일본산 가금류(닭, 오리) 전체에 대해 검역을 중단했다. 그리고 며칠 뒤, 문제의 닭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에 따라 우리 당국은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다. 문제의 질병인 HPAI는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검역 당국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닭과 오리고기가 위험하다며 판매를 중지시키거나 한 적은 없다. AI바이러스는 보통 75도 이상의 열로 5분 이상 가열하면 죽는 만큼 충분히 익혀서 먹으면 된다며 안심시키곤 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발병한 가축을 수입, 검역하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사전 예방의 원칙’을 따랐던 것이다.
위 두 경우는 다른 나라의 예를 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의 검역 당국이 취한 조치다. 위와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바로 ‘검역주권’에 대한 이야기다. ‘검역주권’은 주권 국가이자 소비자로서 갖는 중요한 권리다. 소비자로서 결함이 발견된 상품에 대해 반품과 리콜조치, 나아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이지 않은가? ‘검역주권’이라는 것은 (결함이 발견됐지만 그래도 안전하다면) 포기해도 된다거나 할 수 있는 성질이 결코 아니다. 다른 나라도 그러지 않고, 우리나라도 그러지 않았다. 단, 미국산 쇠고기만 제외하고 말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쇠고기 수출국(멕시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 대해서는, 그들 나라에서 광우병이 발병했을 때 젖소인지 아닌지, 비정형인지 아닌지 등을 따지지 않는다. 바로 ‘즉각 수입 중단 또는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
또한 4년 전 정부의 핵심 주장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르면 광우병 위험 통제국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30개월 이상이어도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앞장서서 자신들의 말을 뒤집고 있다. ‘우리는 30개월 미만만 수입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누구 덕택에 30개월 미만만 수입할 수 있게 됐는지는 고의적으로 빼먹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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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궁금하다. 왜 미국 쇠고기에 대해서만 우리 정부는 ‘검역주권’을 포기할까? 이렇게 중요한 것을 포기한다면, 그걸 댓가로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할 텐데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것은 과연 무엇일까? 도대체 뚜렷하지가 않다. 이뿐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제시한 사실관계와 그것에 바탕한 의문점이 과연 편향적인가? 또는 국민에게 필요 없는 정보인가? 아무리 봐도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이런 취재와 보도를 우리가 가진 자랑스런 플랫폼, ‘MBC 뉴스데스크’에서 할 수 없게 되었는가? 왜 TV를 놔두고 유투브를 통해 해적방송처럼 제작물을 유포해야 하는가?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역주권’은 물론이고 ‘언론주권’ 또한 그만큼 절실하다는 생각이 그래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