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점을 비판하니 불편했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언론인들을 불법과 탈법으로 사찰한다는 건 비판을 권력으로 억누르려는 것이다.”
 
KBS 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리셋 KBS 9뉴스> 3화에서 공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언론인 사찰 문건에는 박용현 한겨레21 편집장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가 공개한 2009년 11월 9일자 <1팀 사건 진행 상황>에 ‘사건명: 한겨레21 박용현 편집장’, ‘담당자: 최영호’라고 적혀 있는 문건이 발견된 것이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에 대한 사찰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오후에 만난 박용현 한겨레 오피니언넷 부장(전 한겨레21 편집장)은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겨레21> 편집장으로 일한 것 외에 지원관실의 촉수를 건드릴 만한 활동을 한 게 없다”면서 자신이 사찰 대상에 오른 이유를 한겨레21의 ‘보도 내용’때문으로 추정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정국부터 다른 어떤 매체보다 날을 세워 정부를 비판했다.” 박 부장은 이명박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을 만한 기사 몇 개를 소개했다. 그가 편집장이던 2008년 5~7월 <한겨레21>은 7주 연속으로 촛불사건을 표지이야기로 다뤘다. 뒤이어 8월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히틀러를 나란히 표지에 세우는 편집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사찰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2009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열기를 색깔론으로 대응하는 청와대를 꼬집었고, 정부가 밀어붙인 국가정보원법·집시법·신문법·방송법 개정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박 부장은 이와 관련해 한겨레 31일자 <한겨레21 사찰 왜?>에서 한겨레21이 “파시즘적 경향이 급증하는 시대 흐름을 분석"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PD수첩 작가 사찰과 달리 박 부장 사찰에는 담당자까지 배정돼 실제 사찰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부장은 “사찰의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찰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눈치 챌 수 있었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고, 생각도 못할 일”이라며 정부의 사찰을 비판했다.

현재 한겨레는 박 기자에 대한 사찰 내용을 찾는 데 취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겨레는 이와 관련된 후속 보도들을 통해 사찰의 몸통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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