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KBS 새노조가 방송하는 <리셋 KBS 뉴스9>가 공개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의 불법사찰 문건 중 충격적인 부분은 YTN 인사개입 정황이다. 총리실이 해당 문건을 통해 배석규 사장의 임명을 주장하자 직후 배 사장의 YTN 취임이 이루어졌으며, 배 사장이 직무대행 시절 펼친 일련의 조치를 ‘좌편향 방송 시정조치’라고 거리낌 없이 표기하고 있다.

이 문건이 사실일 경우 총리실, 나아가 청와대가 YTN을 ‘점령’하고 입맛에 맞는 보도를 위해 ‘충성심 높은’ 배석규 사장을 임명했다는 뜻이 된다. 이에 YTN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30일 오전 YTN 사옥 후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추적해 전모를 밝혀내고 혹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배석규 사장 선임 과정, 배석규 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당시인 2009년 9월 초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해당 문건은 배 사장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있으며, 이에 점검1팀은 “사장으로 임명하여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당시 YTN은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구본홍 사장이 갑작스럽게 퇴임하고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던 때였다. 배 대행은 직무대행 취임 직후부터 보도국장 추천제 폐지를 선언했고 정영근 보도국장을 김백 보도국장으로 교체했다. 또한 돌발영상의 임장혁PD를 “경찰의 쌍용자동차 진압과정을 악의적으로 제작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을 내렸다.

노조는 “당시 구본홍 사장 사퇴 배경에는 박영준 전 차관의 YTN 내 인맥이 작업했다는 설이 퍼져있었다”며 “당시 구본홍 사장은 해직자 복직 1심 판결을 앞두고 노조와 복직 문제 타결을 시도했고 이 정황을 간파한 친 박영준 간부가 윗선에 알려 구본홍을 사퇴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직사태 이후에도 돌발영상이 방송되는 등 구본홍이 보도 장악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찰문건에는 “YTN의 배석규 전무는 신임 대표이사(사장 직대)로 취임한지 1개월여만에 노조의 경영개입 차단,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 “노조와 회사 양쪽을 기웃거린 간부들을 강력히 경고해 태도를 시정케 하는 한편, 친노조, 좌편향 경영간부진은 해임 또는 보직변경 등 인사조치”, “취임 후 즉시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 및 좌편향 보도국장 교체, 돌발영상 담당PD 교체, 좌편향 앵커진 대폭 교체, 친노조 성향 간부진 교체 등 개혁조치를 계속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섰던 YTN 노동조합을 ‘좌편향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배석규 사장의 대대적인 인사 교체, 징계 등을 ‘개혁조치’로 평가한 셈이다.

배 사장의 ‘충성심’을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띈다. 문건에는 “신임 대표(배석규)는 강단과 지모를 겸비한 우수한 경영능력 보유자임에도 전 정부 때 차별을 받아온 자로서,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배석규는 전 정부 때 워싱턴 특파원에 이어 자회사인 ‘YTN 스타’ 대표이사 까지 역임해다”고 밝혔다. 결코 전 정권에서 ‘차별’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때문에 노조는 “총리실의 이 같은 평가는 사찰을 하면서 YTN 내부 인사들의 내통이 있었다는 정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YTN 내부에 정권과 소통하는 '누군가'가 있으며 이들이 배 사장을 적극적으로 밀었다는 것이다.

문건은 이 같은 사실을 나열한 뒤 “배 사장을 정식 사장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배 사장 선임을 위해 대주주의 지분목록까지 파악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노조는 “정권이 민간인과 언론사 등에 무차별 사찰은 물론, 정권에 충성하는 언론사로의 ‘개조’를 위해 독립 언론사인 YTN에 대해 사장을 포함한 인사에까지 깊숙이 개입했음을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실제로 이 문건이 작성 된지 한 달 뒤쯤인 10월 9일, 사내에 전혀 알리지 않은 채 몰래 이사회가 열려 배석규를 대표이사로 기습 선임했다”며 “‘사장 임명’ 필요성과 구체적인 지분구조, 선임 절차까지 노골적으로 보고됐고, 이는 총리실의 부당 개입과 직권남용의 증거이며 결국 사장 임명과 대주주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청와대가 최종 개입했음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강력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2009년 9월 사측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임장혁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을 내리자 항소를 한 곳이 사실상 문건을 작성한 총리실, 또한 이를 넘어 청와대라는 정황도 포착되었다. 문건은 “노종면 등 불법파업 주동자의 1심 판결(전원 벌금형)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기재되어 있다.

노조는 “총리실 점검 1팀이 YTN 사장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불법 사찰 보고 문건을 올렸고 그 보고 내용이 실제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이는 현 정부가 언론사 사장 인선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그간 정부가 그동안 YTN 사장 인선에 개입하지 않고 있고, YTN 사태가 민간회사 노사분규라고 떠들어온 입장이 거짓이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와 총리실에 이 보고서가 작성되고 실제로 YTN 사장 인사에 개입한 경위에 대한 책임있는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며 “검찰도 총리실이 언론사를 사찰한 직권 남용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장혁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고강도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이와 관련 법 위반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노조는 1일가지 에정된 4차 파업을 화요일가지 이틀 연장했다.

이에 대해 YTN 사측은 사찰 문건과 노조 주장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있으며 오늘 중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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