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는 포털에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유독 포털에 피해의식이 크다. 뉴스를 헐값에 팔아넘긴 것도 속상한데 포털이 온라인 트래픽을 독점하면서 수익모델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다수의 독자들이 포털에서 인터넷을 시작하고 포털에서 뉴스를 읽고 정보를 얻는다. 언론사들이 모바일에서는 포털에 종속되지 않겠다며 앞 다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러나 모바일에서도 경쟁의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선 인터넷의 점유율이 그대로 모바일로 넘어왔을 뿐만 아니라 상위 포털 사이트의 지배력은 모바일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해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언론사 사이트의 어젠더 셋팅 능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사용자 3천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모바일에서도 이미 주도권은 포털에 넘어갔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보급은 이미 지난해 4분기 2천만명을 넘어 올해 안에 3천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 가입자도 2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 130만명, LG유플러스 114만명에 이른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모바일 광고시장은 2010년 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00억원, 올해는 2천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터넷 광고 시장은 지난해 1조8560억원 규모. 모바일의 성장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울 거라는 분석이다.

코리안클릭과 HMC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모바일에서 네이버를 이용하는 시간은 유선 인터넷에서 이용하는 시간의 30.8% 수준이다. 모바일 웹과 앱을 더한 수치다. 다음은 이 비율이 24.4%로 좀 더 낮다. HMC투자증권은 아이폰과 다른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모두 더하면 실제 모바일 트래픽이 코리안클릭 집계의 1.5~1.8배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유선 인터넷 이용시간은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들어 1월과 2월만 놓고 보면 네이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8%, 다음은 15.7%나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모바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유선과 모바일을 더하면 전체 이용시간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유선인터넷에서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의 사용시간 점유율은 각각 36.3%와 23.5%, 6.8%인데 모바일에서는 각각 38.0%와 29.4%, 8.5%로 더 높게 나타난다.

검색 점유율도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코리안클릭 집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기준) 모바일 쿼리는 2월 기준으로 유선 인터넷의 59% 수준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8.4%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1월 37.6%까지 늘어났다가 50%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다음의 경우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자료 기준으로 유선 인터넷과 모바일 쿼리의 비율이 7:3 정도다.

모바일 앱과 모바일 웹의 차이도 주목된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으로 모바일 앱과 모바일 웹의 이용자 규모가 비슷하나 이용 시간은 모바일 앱이 모바링 웹의 10.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의 경우 월 사용시간이 946만시간, 평균 838분에 이른다. 안드로이드 기본 앱을 제외하면 네이버가 5위로 197시간, 평균은 314분으로 나타났다.

코리안클릭 집계에 따르면 모바일 웹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능은 검색이었다. 1월 기준으로 순 방문자가 1009만8천명, 방문 회수는 3억2천만건에 이른다. 카페와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커뮤니티 섹션은 순 방문자 935만명, 방문 회수 2억1천만건을 기록했다. 뉴스와 미디어 섹션은 순 방문자 755만명, 방문 회수 1억9천만건으로 나타났다. 페이지뷰는 검색이 8억8600만건, 커뮤니티가 20억5500만건, 뉴스와 미디어가 10억8800만건이었다.

해외 서비스의 공세도 주목된다. 네이버와 다음이 순 방문자 941만명과 808만명으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구글이 779만명으로 바짝 뒤따르고 있다. 유선 인터넷에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사용시간 점유율이 5.3%와 0.6% 밖에 안 되지만 모바일에서는 21.3%와 4.8%로 높게 나타났다. 트위터의 경우 모바일 사용시간이 유선 인터넷 사용시간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PC 사용량이 줄어드는 자기잠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모바일 트래픽의 자기잠식 효과가 일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PC 인터넷 트래픽은 2006년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검색 트래픽은 늘어나고 있지만 싸이월드 이후에 트래픽을 유지시킬만한 히트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아 트래픽 기준으로는 2003년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한화증권 나태열 연구원은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스마트폰 사용량의 74%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PC 커뮤니티 트래픽 감소에는 모바일로의 자기잠식도 일부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커뮤니티 트래픽 감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고 네이버와 다음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서비스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보니 모바일 트래픽의 증가가 PC 트래픽 감소에 미치는 영향도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연구원은 “30대 이하의 스마트폰 이용자 층에서 TV 이용시간 감소세가 뚜렷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아직 4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TV에서 모바일로의 이용시간 이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나 연구원은 “광고효과가 광고단가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본다면 이러한 조사결과는 모바일 광고단가가 TV보다 낮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소비의 무게중심이 유선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뉴스와 미디어 산업의 경쟁구도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언론사들은 네이버나 다음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해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과도 트래픽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독자들은 여전히 포털에서 뉴스를 읽는다. 독자들을 유인할 획기적인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언론사들은 모바일에서도 포털 종속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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