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오픈마켓형’ 사이트 ‘샵N’을 최근 개설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가격 비교 사이트, 개인 백신 시장, 부동산 매물 정보 사업, 키워드 광고 대행업에 이어 오픈마켓까지 진출한 NHN를 둘러싸고 IT ‘생태계’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네이버 ‘샵N’이 업계에서 화두가 됐지만, 조선일보가 26일 경제면 1면 머리기사로 <무엇이든 찾아 먹어치우는 네이버>를 올리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샵N’의 진출에 대해 “각종 사업을 먹어 치워 온 네이버가 이제는 가장 큰 온라인 사업 영역인 전자상거래업에까지 뛰어든 것”이라며 NHN을 두고 “IT 생태계의 비정한 포식자”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샵N’을 두고 △사업 모델이 기존의 오픈마켓과 달리 철저히 닫혀 있고 △네이버 지식쇼핑에 광고하지 않고는 상점만 가지고 있을 뿐 상품을 알릴 별다른 방법이 없으며 △너무 쉽게 쇼핑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무료로 쇼핑몰을 제공해 주는 업체들의 고객을 다 빼앗고, 쇼핑몰 디자이너들의 일거리도 없애버리고 △샵N이 고객 불만 등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NHN은 △오픈마켓에 비해 닫힌 구조라고 할 수 없고 △지식쇼핑에 꼭 광고를 할 필요는 없으며 △기존 호스팅 업체에 별 타격이 없고, 디자이너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고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소비자피해보상 지침에 따라 보상할 것이라고 해명해, 사실상 조선의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샵N’이 개설된 지 불과 1주일도 채 안 돼 시장이 어떻게 반응을 하고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조선과 NHN이 정면으로 공방을 벌일 수 있는 것도, 종이신문이 포털에 대해 가지는 불편한 ‘감정’과는 별개로 본질적으로 시장에 대한 양측의 예측이 다르다는데 이유가 있다. 하지만, NHN이 오픈마켓 사업에도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비론을 넘어선 분명한 검증이 필요하다. NHN이 수많은 중소 IT 업체를 비롯해 IT 시장에 끼칠 영향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 IT산업의 멸망>의 저자인 IT칼럼니스트 김인성씨는 “단기적인 매출 상승을 위해 쇼핑몰 시장에 직접 뛰어 들어 시장을 혼란시키고 검색을 오염시키고 포털 내 콘텐츠 생산자들을 상업화로 물들이게 되면 공멸하는 길로 갈 수 밖에 없다”며 “NHN이 샵N 진출로 매출은 오르겠지만 IT 생태계 환경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인성씨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심판(검색 업체인 네이버)이 시합(온라인 유통업 시장)에 직접 개입해 부정한 심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인성씨가 27일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글과 일부 전화 통화 내용을 네이버 해명과 비교해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다.

네이버: “저희가 진출하는 시장의 경쟁자는 중소IT업체가 아니라 저희보다 훨씬 큰 영업력과 자금을 갖고 있는 대형 사업자들입니다. 샵N은 기존의 오픈마켓이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이는 많은 중소사업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인성: “네이버 샵N의 1차 타켓은 오픈마켓을 하는 대형 사업자들이 아닙니다. 쇼핑몰을 무료로 임대해주고 거래 수수료를 수익으로 하는 임대몰 사업자들입니다. 이 사업자들은 임대몰의 홍보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수익으로 얻습니다. 홍보비의 대부분은 포털 특히 네이버의 키워드 광고에 쓰입니다. 네이버는 자회사를 만들어 홍보를 직접해 기존 홍보 대행사를 몰아냈습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 샵N은 쇼핑몰을 공짜로 만들어주면서 임대몰 사업자마저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입니다. 키워드 광고를 하는 오픈마켓에서 상품 구매 시 네이버 샵N을 우선적으로 보여주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네이버는 임대몰 사업자를 퇴출한 뒤 오픈마켓에 진출할 것이다.”

네이버: “실상을 보면 샵N이 기존 오픈마켓에 비해 닫힌 구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네이버는 해당 상품정보 DB를 갖고 있는 오픈마켓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그 DB를 제공 받아 검색 결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DB를 보유한 오픈마켓 사업자는 판매자의 뜻과 상관 없이 비즈니스적인 판단에 의해 언제든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DB를 삭제할 수 있습니다.”

김인성: “네이버의 샵N은 닫힌 서비스입니다. 현재 샵N에 판매중인 제품을 모아 보여 주는 대표 페이지가 없습니다. 샵N에 쇼핑몰을 개설하고 제품을 등록해도 사용자에게 보여지지 않습니다. 샵N은 네이버 검색에서 무료로 노출 되지도 않습니다. 네이버의 지식쇼핑에 가입하거나, 키워드 광고를 구입하거나, 소셜 광고 서비스인 네이버 ‘픽N톡’에 홍보비를 내지 않으면, 사용자에게 물건을 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외부 가격 비교 사이트, 타 포털 등에 자사 샵N의 상품을 노출시킬지 여부에 대해 ‘샵N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의 의견을 고려하면서 다른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상품을 노출시켜 주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가능한 더 많은 정보를 검색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가격비교 사이트와 검색업체들이 네이버 샵N의 데이터를 검색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샵N의 상품에 접근이 가능하다면 네이버가 키워드 광고 등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열어 주지 않는 것이 이익일 수밖에 없습니다. 네이버가 이렇게 외부 노출에 대해 소극적인 것은 콘텐츠 독점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사업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샵N의 점주가 지식쇼핑을 이용할 때 꼭 광고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샵N과 지식쇼핑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경우라고 해도 다른 오픈마켓에 비해 더 많은 수수료를 내지는 않습니다.”

김인성: “지식쇼핑의 검색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게 되면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소셜마케팅 도구인 ‘픽N톡’을 통한 물건 구입도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네이버가 샵N의 쇼핑몰을 외부 검색에 노출시켜 주지 않는 한 지식쇼핑 입점, 소셜 마케팅, 키워드 검색을 통하지 않고 사용자를 만날 방법이 없습니다. 샵N은 철저히 닫힌 서비스입니다.”

네이버: “기존의 호스팅사 입주몰은 샵N으로 이전하기 보다는 추가로 샵N을 오픈하는 쪽을 선택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기존 호스팅사에는 별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쇼핑몰)구조가 간단할수록 더 효과적으로 자신을 브랜딩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디자인 요소가 필요하며 샵N의 상점이 늘어날수록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입니다.”

김인성: “샵N의 쇼핑몰 플랫폼은 대규모 쇼핑몰을 처리하기 위해 획일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쇼핑몰 구성의)자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의 작업비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단가는 떨어지고 작업량은 많아져 노동 강도는 증가하는 반면 수익은 더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샵N은 임대몰에 입점한 쇼핑몰을 흡수할 것이고, 신규 창업자들 또한 샵N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에 호스팅 업자들 또한 많은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이렇게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까지 부정하게 되면 네이버의 다른 주장 또한 믿을 수 없게 됩니다.”

네이버: “샵N이 판매 이후의 사고에 대해 전혀 책임질 태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NHN은 통신판매중개사업자로서 전자상거래법상 기존 오픈마켓과 같은 수준의 관리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샵N은 사기쇼핑몰 방지를 위한 절차와 전담부서를 마련했으며 실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소비자피해보상 지침에 따라 보상할 것입니다.”

김인성: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사실 이 부분 때문에 네이버 샵N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키워드 광고를 하는 고객사에게조차 대단히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업체입니다. 소위 슈퍼 을로 군림하고 있는 네이버는 샵N 쇼핑몰을 운영하는 영세 사업자들에게 친절하지 못할 것입니다. 임대몰 사업자들은 소규모 쇼핑몰의 다양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네이버는 이런 임대몰과 같은 마인드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개개의 샵N 쇼핑몰 운영자의 마음을 사지 못하는 한 네이버 샵N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네이버는 지금 시합에 직접 개입하는 부정한 심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검색 공정성으로 쇼핑몰 생태계를 도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홍보 분야를 책임진 검색 키워드 업체 네이버가 할 일입니다. 단기적인 매출 상승을 위해 쇼핑몰 시장에 직접 뛰어 들어 시장을 혼란시키고 검색을 오염시키고 포털 내 콘텐츠 생산자들을 상업화로 물들이게 되면 공멸하는 길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전세계 IT 업체들끼리 미래의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뜨겁습니다. 이 중대한 시기에 오픈마켓 진출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네이버의 미래는 없습니다. 하반기에 네이버가 독과점 업체로 선정되면 오픈 마켓 진출이 무효화될지도 모릅니다. 네이버가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눈 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기술 개발에 매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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