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23일 오후 4시46분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국회의원 출마를 하기 위해 그의 친인척들이 주소를 해당 지역구로 옮기는 위장전입을 했다는 사실을 KBS가 이미 제작까지 해놓고도 방송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대상이 김종익씨 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 동지상고 출신까지 관리하는 등 수십명에 이르는 등 무차별 불법사찰이 이뤄졌다는 문건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파업 17일째를 맞고 있는 KBS 새노조(위원장 김현석·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제작중인 ‘리셋 KBS 뉴스9’는 22일 오전 유튜브 등에 공개한 2회 방송분에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KBS 새노조 소속 기자들은 리포트 ‘무산된 특종 ‘MB 친인척 위장전입’’에서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위장전입 시인하고 사과했을 당시, KBS 취재진이 이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선거를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을 특종 취재했으나 방송되지 못했다”며 “이화섭 보도본부장이 가로막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BS 새노조에 따르면, 서울 평창동에 있는 주택가(빌라) 한 곳은 지난 95년 말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석달간 살았다는 처형의 집 바로 옆집에는 처남 김재정씨가 총선 직전 2달 간 산 곳으로 기록돼있으나, 실제 거주자조차 전입사실을 모르는 위장전입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실제 거주자인 김아무개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전입신고야 뭐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모르죠”라며 “(신고했다는 사실도) 몰라요 저희는”이라고 증언했다.

또한 이대통령 친형 상은씨도 총선 전후 5개월간 종로구로 주소를 옮겨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리셋 뉴스9는 전했다. 실제거주자 황아무개씨는 인터뷰에서 “나중에 알았어요”라며 “이 집이 어떻게 돼있느냐 하면 1, 2층으로 돼있어요. 2층에 부모님이 사시고 아래층에 우리가 살고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KBS 리셋뉴스9는 “위장전입에 사용된 두 집의 당시 소유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형제였다”며 “후보 친인척들이 선거를 앞두고 다른 친인척 집에 위장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덮여있던 범법행위는 지난 2007년 KBS 대선후보검증팀이 발굴해 관련자의 증언까지 확보하고도 빛을 보지 못했다고 리셋 KBS 뉴스9 취재팀은 밝혔다. 이는 이화섭 당시 1TV 뉴스부장이 “후보자 본인의 위장전입이 아니면 보도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가로막았기 때문이라고 취재팀은 전했다.

KBS 리셋 취재팀은 “그후 이 부장이 총국장 본부장으로 승승장구하는 사이 권력비판과 검증은 자취를 감췄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주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과정에서의 돈거래 사실을 단독보도했던 리셋뉴스9팀은 이번에 총리실이 ‘하명사건 처리부’를 만들어 광범위한 사찰을 벌인 사실이 기록된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리셋 KBS 뉴스9 취재팀은 지난 2008년 총리실이 작성한 ‘하명사건 처리부’를 입수한 내용을 제시하면서 “2010년 수사당시 검찰이 압수한 자료인데, 청와대가 지시한 사찰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리한 문건으로, 모두 25개의 번호부가 매겨져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이미 밝혀진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과 김종익 싸찰 외에도 대통령을 비방한 또다른 인터넷 글을 사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취재팀은 전했다. 나머지 22건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찰이 내용을 가리고 법원에 제출해 알 수 없으나 그 대상자는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정·관계 인사나 정부정책 비판한 민간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기자들은 분석했다.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씨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검사로부터 얼핏 들은 것은 저 이외에도 사찰을 한 사람들이 여러명 정도가 아니고, 몇십명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리셋 취재팀은 관련기록을 입수해 전방위적 사찰이 이뤄졌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증거로 압수된 컴퓨터 파일에는 △민간인인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당시 비리보고 파일 △당시 파업중이던 쌍용차와 관련해 ‘작전보고’ 이름의 파일 △ 특히 이명박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을 관리한 듯한 흔적 △퇴직경찰관 모임인 무궁화 클럽 관리방안 검토라는 파일도 발견됐다고 취재팀은 보도했다. 문건은 KBS에 대해서도 세차례 걸쳐 동향보고를 작성했는데, 특히 지난 2010년 KBS 새노조의 합법파업 때도 보고서 만들어졌던 것(‘KBS 최근 동향보고’)으로 보인다.

KBS 리셋 뉴스9팀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증거인멸로 파일로 사찰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파일에 제목이 남아있는 목록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불법사찰의 기록이 담긴 모든 총리실의 컴퓨터가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1대는 폐기 직전에 은닉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KBS 리셋 뉴스9 기자는 “장진수 전 주무관 점검 1팀은 청와대 지시를 받고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의 컴퓨터 파일을 삭제했다”며 “장씨가 이레이저로 하드디스크를 정리한 컴퓨터는 9대로, 1대는 사라진 뒤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KBS 리셋뉴스9 팀은 이화섭 KBS 보도본부장이 최근 KBS 기자협회 집행부 간부들을 불러 영원히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공증을 받으면 자신이 사퇴를 선언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미디어오늘 제하의 기사에 대해 KBS 보도본부는 “기사에서 적시한 ‘MB 친인척 위장전입’(이철호 기자) 아이템이 방송 날짜로 지목된 2007년 7월 16일 당일은 물론 이후에도 9시뉴스 아이템으로 발주(데스크 논의)되지 않았으며, 9시뉴스 아이템 보도를 가로막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