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에서 21일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발의될 전망이다.

21일이면 MBC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52일째가 되는 날로, 지난 1992년 파업 때 세운 역대 최장기 50일 파업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해임안이 발의되면 방문진은 일정한 논의절차를 거쳐 해임여부를 표결에 붙이게 된다. 표결까지는 이르면 1주일 정도 소요된다.

고진·정상모·한상혁 등 야당추천 방문진 이사 3인은 21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참석해 MBC 파업 사태가 대주주로서 더 이상 수수방관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내몰렸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김 사장의 해임안을 정식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야당측 이사들은 파업기간 동안 김 사장에게 대화를 통해 노사갈등을 해소하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으나, 김 사장이 오히려 노조와 파업참가자들에게 33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소송·가처분을 제기하고 해고 칼날을 휘두르는 등 노조를 자극해 파업 장기화를 유도했다는 입장이다.

이들 이사들은 또, 노사 공방 과정에서 불거진 사장의 법인카드 개인유용 의혹과 경영자료 제출 지연, 연이은 이사회 출석거부 만으로도 해임사유가 된다고 봤다. 김 사장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데다,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의 역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이사진의 판단이다.

고진 이사는 “구성원들이 사장을 불신임하면 대안을 내놓거나 응분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거나 해야 하는데 소송과 과도한 징계만 남발하고 나 몰라라 하는 사장은 처음 봤다. 사장 퇴진 밖에는 이 사태를 해결할 해법이 없다는 것에 야당추천 이사들이 뜻을 같이 했다”며 해임안 발의를 기정사실화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의 입장이 해임으로 정리됨에 따라 공은 이제 김재우 이사장을 포함한 여당·자유선진당 추천 이사 6인(김광동·김현주·남찬순·문재완·차기환) 쪽으로 넘어오게 됐다. 김 사장의 해임 여부는 수적으로 우세한 여당측 이사들의 결정에 달렸다. 이들 6명의 이사들은 기본적으로 MBC 사태에 개입하지 말고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서는 해임안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광동 이사는 “MBC가 그동안 공정하지 못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일방적인 것으로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카드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김 이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로는 사퇴해야 할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기환 이사도 “민·형사상 고소가 진행 중이고 쌍방이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진이 나서는 것은 정치적 오해만 받을 수 있다”며 MBC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김현주, 문재완, 남찬순 이사 등은 “노코멘트”라고 즉답을 피했다.

정상모 이사는 이런 여당측 이사들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노사가 풀기에는 이미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방문진이 나서지 않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정 이사는 “MBC가 파업으로 기자들이 대거 빠진 <뉴스데스크>에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한미 FTA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FTA가 국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해외사례를 취재한 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며 불방시킨 것만 보더라도 MBC가 공정하다는 얘기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김 사장이 사태를 해결하기보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공정방송 기반을 아예 말살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권한이 있는 책임자(방문진)가 나서지 않고 노사 타협만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은 공정방송 탄압을 방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여당측 이사들에게 MBC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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