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우리나라를 4년 연속 ‘인터넷 감시국(Countries under surveillance)에 포함시켰다. 북한 관련 게시물을 탄압하고(clamped down), 인터넷 상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검열(censorship)했다는 이유에서다.

RSF는 12일(현지시각) 발표한 ‘2012년 인터넷 적대국(The Enemies of the Internet)’ 보고서에서 한국을 말레이시아, 러시아, 태국, 스리랑카, 튀니지, 터키 등과 함께 인터넷 감시국으로 분류했다. 호주와 프랑스, 아랍 에미리트 공화국(UAE), 에리트레아 등도 포함됐다.

이 단체는 보고서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게시물 삭제 요청이 급증했다”며 “2009년 이전 연평균 1500건에서 2010년 8만449건으로 훌쩍 뛰었다”고 전했다. 또 “(방통심의위의) 기구 특성상 (삭제 요청의) 처리 과정도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방통심의위가 ‘뉴미디어팀’을 신설해 ‘유해정보’ 차단 방침을 밝힌 사실도 언급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또 북한이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이용해 체제 선전 활동을 강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은 ‘친북’ 네티즌에 대한 체포와 협박으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법적조치는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문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국가보안법을 언급한 것이다.

RSF는 이어 “시대에 뒤떨어지고(obsolete) 제멋대로인(arbitrary) 이 법의 성격과 적용의 가장 최근 사례”라며 박정근 씨 구속사건을 소개했다. 박 씨는 북한의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 하고, 이를 리트윗(RT)해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SNS 선거운동 금지 방침도 문제 삼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에서 정치적인 성격의 코멘트는 매우 민감하게 여겨지고 빈틈없이 모니터 된다”며 “(선관위의) 금지 조치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지만,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상태”라고 전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와 ‘미네르바’의 사례도 언급됐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나꼼수’ 출연진들이)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소송에 연루돼 있다”고 소개했다.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국가를 상대로 불법 구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주요 근거로 들었다.

RSF는 한국에 대한 보고서 끝에 국가보안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강력히 주문했다. RSF는 “법 제정 이후의 변화와 민주적 이상을 다루기에 ‘너무 낡은(too outdated)’ 국가보안법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정 또는 폐지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등 국내 대부분의 언론들은 국가보안법을 언급한 대목을 따로 소개하지 않았다.

한편 ‘인터넷 감시국’보다 한층 더 우려스러운 수준의 ‘인터넷 적대국’으로는 미얀마, 중국, 쿠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과 함께 북한이 꼽혔다. 바레인과 벨로루시도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로 묘사됐다.

한국 관련 보고서 전문 읽기(영문)
북한 관련 보고서 전문 읽기(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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