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이 국가보안법 찬성 인사들에 대한 낙선 운동을 벌이기로 하면서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가 총선 핵심 변수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1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4월 총선에서 후보자들에게 국보법 폐지 공약을 내세울 것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명단발표와 함께 낙선 운동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이 국가보안법 찬성 인사를 명단으로 올려놓고 낙선 운동까지 벌이게 된 것은 올해 총선, 대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수사를 통해 공안정국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북한계정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박정근씨가 구속되고,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을 압수수색하는 등 국가보안법 수사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은 "최근 국가보안법 피해 상황이 심상치 않다"면서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국보법 사건 수가 4배나 급증하더니 2011년 말과 2012년 연초에 들어와서는 거의 매일 국보법 사건을 빌미로 한 압수수색과 입건이 이어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발표한 국가보안법 수사 일지를 보면 지난달 11일 박정근씨가 구속됐고, 18일에는 국정원과 경찰청 보안국이 박미자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의 숙소와 강화도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간첩 논란을 일으킨 '왕재산' 사건와 관련해 26일 왕재산 총책이 무기징역 구형을 받았다.

지난 2월 10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분향소를 서울 도심에 설치했다는 이유로 단체 회원 2명이 구속되고 같은 날 국정원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서울지부 사무실과 인천지부 사무실, 간부 오모씨의 경기 안양 자택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국가보안법 통계를 보면 2007년 39건이었던 국가보안법 사건은 2008년 40건, 2009년 70건, 2010년 151건으로 급증했고, 2011년 10월 기준으로 114건의 국가보안법 사건이 발생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국가보안법 수감자는 총36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보안법 사건이 급증한 것뿐 아니라 사건 내용 역시 '잡고 보기식'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를 손보거나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억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왕재산 사건과 박정근씨 사건 등 국가보안법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이광철 변호사는 "국보법 사건이 양적으로 많아진 반면, 친북에 대해 무차별적 탄압을 하거나 친북이 아닌 단순한 농담, 풍자에 대해서도 탄압의 칼날을 들이대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국보법을 동원하는 등 질적으로는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장석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도 박미자 수석부위원장의 압수수색 일을 언급하고 "2003년에 전교조뿐만 아니라 교총까지 방북해서 행사를 치른 것을 10년이 지난 지금 문제 삼는가 하면, 지난해 일본 지진으로 인해 조선인 학교가 피해를 많이 입어서 '몽당연필'이라는 단체에 지원을 했는데 그것도 혐의 내용에 포함된다"며 국가보안법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국정원을 비롯한 공안세력들은 일단 찔러보고 뭔가 가닥이 하나라도 잡히면 밑질 게 없다는 식으로 전국에 걸쳐 공안탄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이어 "1심, 2심 모두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지령수수'에서 동조행위를 했다는 몇 가지 사항을 가지고 유죄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받았다'면서 "유죄 내용은 7년 전 통일뉴스(인터넷뉴스)와 인터뷰한 것, 6~7년 전에 미군기지 관련 집회 사회를 본 것, 진보연대 수련회 참여"였다며 자신이 당한 국가보안법 적용 실태를 꼬집었다. 

특히 이들은 4월 총선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혀 국보법 존폐를 둘러싼 보수-진보의 대결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래군 국가보안법 긴급대응모임 대표는 "국보법 폐지 국민연대를 3월부터 본격 가동해, 총선 이후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진보연대 윤지혜 인권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총선 후보에게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묻겠다는 것까지 결정되고, 이후 낙선 운동을 어떻게 벌일지 구체적인 계획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은 이미 만들어진 안이 있고, 조금만 손을 보면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아직까지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과 조율중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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