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부로 파업 50일째를 맞은 국민일보에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다. 사측은 연이어 노조에 고소고발을 걸고 있고 노조는 이에 맞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일보 파업사태의 표면적인 원인은 임금협상 결렬이지만 속사정은 뿌리 깊은 노사 갈등에 있다. 조민제 사장의 비리혐의가 터져 나오면서 국민일보 노조가 조 사장 퇴진을 주장하자 국민일보는 조상운 노조위원장을 해고하는 초강경 대응을 내놓았다. 이에 노조는 총파업 의결로 맞부딪힌 것이다.

10월 치러진 편집국장 평가투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75.2%의 노조원이 김윤호 편집국장을 불신임했지만 사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국장이 투표 이후 사측에 보직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측이 반려했다. 사측은 “‘노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노조는 사실상 사측이 단협을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노사 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이어진 임금협상에서 양측은 전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협상의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고, 사측은 “노측이 무리한 인상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측이 몇 차례 낮아진 인상안을 내놨지만 사측은 3.5%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지노위 조정에서도 이 같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임금협상 결렬과 지노위 조정 등 법적절차가 완료되자 국민일보 노조는 12월 23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국민일보는 급히 선임급 간부들을 중심으로 34면 축소발행 해 신문을 만들어오고 있다.

그렇게 파업이 시작되었지만 양 측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그나마 노조가 지노위 조정 당시부터 몇 차례 조민제 사장과의 대화를 제안했지만 조 사장 등 경영진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노동조합이 ‘사장퇴진’ 구호를 걸고 있는 만큼, 이를 철회해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 측은 “사장퇴진은 구호이며 절대적 조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몇 차례 밝혔지만 이에 대해 사측은 “그렇다면 당장 철회하라”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측이 고소고발을 이어가고 있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조민제 사장은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벌인 국민일보 노조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무더기 고소했으며 이에 국민일보 노조는 격앙되어 있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그동안에도 몇 차례 고소고발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대상을 평조합원까지 확대했다”며 “이를 보고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 대다수의 의지는 강력하고 적극적인 투쟁으로 모두가 피고소인이 되더라도 흔들림 없이 국민일보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자협회는 10일 성명에서 “유인물 배포가 명예훼손 대상이 되는지 의아할뿐더러 피고소자에 1~6년차 기자가 7명이나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며 “노조 간부가 아닌 평기자들에 대한 무더기 고소는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일보 사측의 태도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노조는 점차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파업 50일차를 맞아 편집국 내에서 침묵시위를 벌인데 이어 14일에는 언론노조와 함께 집회를 열고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 중인 조용기 목사 일가를 엄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일보가 파업 이후 언론노조와 연대 집회를 열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장은 자신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을 불법·부당해고 하고 지노위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조 사장은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국민일보 노조의 임단협 요구를 거부하고, 50일이 넘도록 국민일보 노조의 파업과 국민일보의 파행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며,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112명의 조합원 중 15명을 무더기 고소하는 행패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용기 목사 일가 당신들의 그 탐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일보 조상운 지부장을 즉각 복직시키고, 조합원 15명에 대한 고소를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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