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터넷 망의 이용 대가를 지불하라며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인터넷망을 접속 차단한 가운데 양측 협상이 난항을 빚고 있어 이용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오는 15일 이용자 피해에 대해 KT를 제재할 것으로 보여, 사업자 간 분쟁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출입 기자 등 취재진들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삼성전자에 인터넷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결국 이용자가 요금을 더 지불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수차례 질문을 하며 ‘이용자 피해’ 여부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아이뉴스24 기자는 최근 방통위 망중립성 포럼에 참여하는 전문위원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를 소개하며 “‘KT가 왜 이런 조치를 취했느냐’고 묻자, 위원들은 ‘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며 “몇몇 스마트 TV 소비자들도 ‘삼성이 제대로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KT가 사업자로부터 받지 못한 대가를 이용자에게 요금을 물릴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고 질의를 했다.

이에 대해 KT 대외협력실 김효실 상무는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에 대해서 최소한의 망 대가를 서로 주고 받고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이용자에게 부담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사업자에 대해서 대가를 받는 것이 본질이지 이용자 부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간담회 직후에도 ‘삼성전자가 망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대가를 이용자가 지불하는 것 아니냐’, ‘KT가 인터넷 종량제로 가는 게 아닌가’라며 수차례 질문을 던졌고 김 상무는 “별개 사안”이라고 말하면서 기자간담회장을 빠져 나갔다. 

이날 간담회에서 기자들이 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를 한 것은 KT가 삼성전자만을 상대로 대가 지불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양측의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갈등만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과도한 트래픽이 유발되는지’, ‘삼성전자만을 상대로 왜 접속 차단을 했는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KT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오후에는 KT의 반박 기자회견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KT가 주장한 스마트 TV의 데이터 용량이 IPTV의 5~15배, 실시간 방송의 수 백배라는 주장은 잘못된 정보”라며 “스마트 TV에서 사용되는 HD급 용량은 IPTV와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KT와 같은 논리라면 글로벌 업체의 스마트 제품에도 똑같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며 “(KT는)애플에게 대가를 요구하며 데이터 망 접속을 차단하지도 않았다”며 접속 차단의 ‘이중 잣대’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김효실 KT 상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스마트TV는 대다수의 인터넷 이용자에게 민폐TV며 통신사가 만들어 놓은 통신 고속도로의 적재화물 차량”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실제 실측할 때 25메가까지 트래픽이 튀게 되기 때문에 상위 최대치를 기점”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고, “애플, 구글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통신망을 통해 서비스가 이뤄진다고 했을 때 장기적으로 고민해볼 필요 있다”고 말해, 현재로서는 삼성전자와의 ‘1대 1’ 싸움을 계속할 입장을 내비쳤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에 대해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KT측의 일방적인 접속 차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단말기가 자동으로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므로 단말기의 종류에 따라 데이터트래픽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단말기 차별행위”이며 “부당한 차별을 통해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이용자이익저해행위 금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전응휘 이사는 또 “KT의 접속차단은 인터넷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반 디지털콘텐츠의 유통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며 “망사업자가 필수설비인 망을 지렛대로 하여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이용자는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및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를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오는 1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접속제한 조치에 대한 제재방안이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희 대변인은 “수요일에는 KT 제재조치 안건이 올라가 절차에 따라서 (처리)할 것”이라며 “이용자 침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T는 스마트 TV가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며 지난 10일 삼성전자 스마트 TV 인터넷망의 접속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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