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터넷망을 무단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TV에 대한 이용자들의 접속을 전면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TV 이용자들이 TV를 시청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여 시청권 훼손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또 스마트TV를 제조하는 삼성전자·LG전자쪽과 방송콘텐츠 사업자들과 통신사와 접속 대가를 둘러싼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KT는 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다수 인터넷 이용자 보호 및 시장질서 왜곡 방지를 위해 인터넷망을 무단사용하는 스마트TV에 대한 접속제한 조치를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는 스마트TV 서버만 접속 제한하고, PC, IPTV 등을 통한 접속은 가능하게 했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술적으로는 접속 차단 준비가 다 됐는데, 차단 시점은 내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스마트TV 모든 이용자들이 접속 제한 조치를 당한다”고 설명했다.

KT는 스마트 TV가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고 차단 배경을 밝혔다. KT는 “스마트TV 동영상은 평상시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시 수 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인터넷 가입자망 무단 사용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확대된다면 머지않아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스마트TV 사업자는 개통-AS 책임까지 통신사에게 부당하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대용량 트래픽으로 네트워크가 흔들릴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대다수의 일반 인터넷 이용자”라며 “KT 데이터에 의하면, 대용량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독점할 경우 일반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는 최대 265배나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측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KT △현재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가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고, IPTV도 IPTV법에 따라 인터넷 망이용대가를 협의 부과하도록 돼 있는 상황 △스마트TV의 과도한 트래픽 유발이 전기통신사업자법 제79조 1항(전기통신설비에 물건을 접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기능에 장애를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 등을 이유로 대가 지불을 촉구했다.

KT의 조치는 그동안 스마트TV 제조업체 등과 협상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도 배경이 됐다. 통신업계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지난 1년 간 ‘통신사-스마트TV사업자’ 간 협의를 해 왔지만, 대가 지불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지 못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케이블이 지상파 방송사와의 재송신 협상에서 대가 지불을 두고 이견을 빚자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망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업자나 제조업체에 ‘강수’를 두는 행보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TV 제조업체측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가능성에 대해 “정부 주관으로 해서 망중립포럼에 참여하고 있고, 제조사, 통신업자, 콘텐츠 업자들까리 협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통신업계와 따로 만나서) 좀 더 협의할지는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들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이미 개인들이 통신 서비스에 가입해 요금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들까지 추가적인 요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번 사태가 곧바로 합의 국면으로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결국 사업자들끼리의 공방이 계속되고 이용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셈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스마트TV 접속 차단 사태는 특정 단말기에 대한 차별 문제로 망중립성 논쟁”이라며 “KT는 이용자에게 스마트폰에서는 늘어난 트래픽에 대해 지불하게 하고 있고 아이패드 같은 것에도 추가 요금을 물리고 있는데, 사업자에게까지 돈을 내라고 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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