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자 한국일보 1면 ‘군 나꼼수는 앱 삭제하라 논란’ 기사가 나간 직후 해당 기사를 쓴 기자로서 취재 과정 뒷얘기를 담은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흔쾌히 승낙은 했지만 사실 기사 내용 외에 취재 과정을 노출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미 타사 보도로 일부 밝혀지긴 했지만 문제가 된 부대의 이름, 위치, 입수 경위, 방법 등 제보자가 노출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기사를 발굴한 열쇠가 SNS에 있었다는 것 정도는 밝힌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소위 한국일보 ‘트위터 전문 기자’로서 했던 경험에 관한 얘기로 취재담을 대신할까 한다.

많은 기자들이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고 있다. 개중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파워 트위터리안들도 있다. SNS가 또 하나의 기사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전략적으로 기자들에게 SNS 사용을 권장하는 언론사도 상당수 보인다. 일종의 기사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SNS가 주요한 취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계정 등을 모니터링 하거나 텍스트마이닝 업체의 도움을 받아 SNS 여론을 분석하는 정도로만 활용을 하는데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이보다 많다.

현재 소속은 사회부 경찰팀이다. 아직 1주일이 안 됐다. 군 공문 관련 제보를 받은 2월 1일이 발령 첫 날이었고 기사는 다음날 썼다. 일명 빨대(제보창구)를 마련한 것은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디지털뉴스부에서다. 보통 타사에선 디지털뉴스부가 온라인용 기사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하지만 한국일보에선 스마트폰과 SNS,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 환경에 대응한 전략을 세우고 또 실행하는 게 주 업무다.

내가 주로 했던 일은 SNS, 그 중에서도 트위터와 관련된 것이었다. 간혹 기획기사를 쓰거나 일주일에 한 번 SNS면을 메꾸는 기사를 쓰긴 했지만 사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것과는 약간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그 때문에 지인들에겐 “기자 그만 뒀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었다.

출입처를 떠나 편집국에 콕 박혀 있으니 새로운 사람 만나는 일도 뜸해졌고 명함 주고 받는 일도 줄었다. 도무지 취재원을 만들기도 힘들고 제보는 더더군다나 생각하기 힘든 환경이다. 그럼에도 난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기사 제보를 받는 기자 중에 하나였다. 트위터를 통해서다.

1년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0만개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잉 했고 100여개의 제보를 쪽지(DM)로 받았다. 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쪽지(DM)는 나를 팔로잉 하고 있는 계정에만 보낼 수 있다.

제보라는 것이 대부분 공개되기를 꺼려하는 것이 보통이고 절박한 사람들이 아니면 제보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트위터 쪽지(DM)은 훌륭한 제보 통로다. 13만의 팔로워보다 10만의 팔로잉이 더 든든하다. 10만 개의 계정으로부터 비공개 쪽지를 받을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받은 제보 중에는 “지금 신촌 찜질방서 변태가 경찰에 붙잡혀 갔어요” “마포 ○○빌딩에서 업소여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게 성매매업소 같아요” 같은 소소한 내용에서부터 “IT 전반적인 비리를 폭로하겠다”거나 “목숨을 걸고 취재할 각오가 있다면 제보하겠다”는 등 다소 기대를 갖게 하는 내용까지 다양했다.

또 기사를 거의 쓰지 않는 ‘이름만’ 기자였음에도 트위터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자신의 곤란한 처지를 상담하는 사람도 많았다. 보험사 직원 말만 믿었다가 보험사기 피해자가 피의자로 몰린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가족관계증명서 제도의 허점 때문에 재산 상속은 받지 못하면서 채무만 물려받은 이도 있었다.

군 병원에서 수술을 잘못 받아 평생 군에 몸담겠다는 꿈이 좌절된 부사관도 만나고 수년 전 일어난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로 고통 받는 아버지도 만났다. 일부는 기사가 됐고 또 상당수는 기사가 될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제보를 한 단 하나의 이유는 ‘아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꼭 제보가 아니라 하더라도 트위터 등을 활용할 방법은 많다. 기획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면 해당 언론사에 대한 인식과 신뢰도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예컨대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은 해당 기사가 나왔을 때 리트윗(재전송)을 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을 이용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취재 편의만을 위해서 SNS 이용하자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기자가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독자가 원하는 기사가 무엇인지 무얼 궁금해하는지 어떤 걸 답답해 하는지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다. 특히 SNS 환경에서는 얼마나 영향력 있는 언론사이냐보다는 기사 하나하나가 얼마나 가치 있느냐를 사용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퍼 나르고 있다. 이 공간에서 소비되는 기사를 만들려면 그들(독자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아마도 이를 제대로 파악해내는 기자 혹은 언론사가 새로 열린 기회를 잡을 테니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