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의장은 한미FTA 반대 시위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동아일보에 대해 취재를 거부하고 불매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23일 밝혔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개최한 '한미FTA 중단, 대통령 면담 촉구 기자회견'이 끝난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보수언론은 우리 농민의 정당한 권리와 요구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시위 과정에서 있었던 불상사만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언론이 이런 식으로 보도하면 농민들은 점점 더 사나운 물리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경식 의장 "조선 동아, 시위불상사만 대대적 보도"

문 의장은 "시위가 격해진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50%는 있다"며 "농민들이 농사 짓기도 힘들고 시위 같은 것도 잘 안하려 하는데 어제처럼(22일)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왜 한 줄도 싣지 않느냐. 또 정부 책임은 왜 일언반구도 없느냐"고 말했다.

   
  ▲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이창길 기자 photoeye@  
 
문 의장은 "조선 동아 등 보수언론은 그저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시위했다고만 기사화해 너무나 슬프다"며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털어놨다.

"농민 규모만해도 WTO체제 출범 이후 700만에서 340만 명으로 줄었다. 남아있는 농민의 60%가 65세 이상 농민들인데 그나마 젊은 농민은 부채 때문에 앞으로 농사를 지을수 있겠느냐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다. 가뭄에 배추농사 지어도 한 포기에 200∼300원 밖에 안돼 손해가 극심하다. 그래서 몽땅 갈아엎었다. 이런 상황은 배추 뿐 아니라 품종 별로 돌아가면서 파동을 일으킬 것이 뻔한데 정부는 농업대책도 없이 한미FTA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은 이런 사정을 왜 한 줄도 안쓰느냐."

"왜 시위했는지 한 줄도 안써 너무 슬퍼"

문 의장은 "정부와 언론이 어떻게 얘기하더라도, 모두 구속되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조선 동아일보에 대해 취재거부나 불매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기자회견은 언론보도의 성토장이 됐다.

문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 연설에서도 "농민들 시위하기 힘들다. 배추밭 갈아엎고 있는데 서울에는 하루에 아파트 값이 1억 씩 오른다고 한다. 우리는 희망이 없다. 이런 농민이 시위 했다고 폭도라고 매도하고 레이저총을 쏘아대며 자극했는데 언론은 시위만 문제삼는다. 언론이 도와야 FTA를 못할 것이고, 시위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 광주집회 당시 경찰이 시위대에 철심레이저 탄환을 발사한 사진도 문제가 됐다. 박석운 FTA범국본 집행위원장은 "그렇게 선정적인 보도를 좋아하는 언론이 저런 사진은 왜 안싣느냐. 어제 노동자가 직접 경찰이 쏜 총에 맞은 사진이다. 레이저유도 철심총탄환"이라며 "일부 참가자가 이 총에 맞고 실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석운 집행위원장 "경찰이 발사한 레이저총 왜 기사화 안하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재수 재미협의회 한국방문단장은 "한국에 방문해 어제 시위를 보면서 많이 놀랐다"며 "경찰이 어떻게 국민을 향해 레이저총을 발사할 수 있느냐. 미국 경찰은 시위대가 다칠까봐 이들을 보호하는데 한국경찰은 막는 데 급급하다. 경찰이 안 하면 언론이 보호해야 하는데 언론보도도 그렇지 않다. 이는 더 이상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미국에 돌아가 한국 국민이 희생된 사실과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생생하게 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석운 위원장, 문경식 의장 및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 등 기자회견에 참석한 FTA범국본 관계자들은 경찰청장이 23일 범국본 집회를 전면 금지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이러한 경찰청장의 파쇼적 태도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집회시위 원천봉쇄 운운하는 작태를 공개리에 천명한 것은 참여정부 개혁파탄의 생생한 증거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협상을 중단하라"며 "한미FTA를 계속 강행한다면, 87년 6월항쟁을 방불케하는 대규모 항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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